모든 것을 경험하여 인생의 재료를 수집하라
선생님이 과거에 여자 옷을 입고 서울 거리를 3일 동안 돌아다녀 봤습니다. (웃음) 그때 제일 힘든 것은 치마꼬리를 붙들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남자가 그러고 다닐 수 있어요? 그래서 할수없이 비오는 날을 택해 가지고 사흘 동안 지냈지요. 머리에는 싹 수건을 동여매고 여장을 하고서 거리를 돌아다닌 거예요. 여자들이 보더라도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그런 일도 다 해본 사람입니다. 큰일을 하기 위해서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모든 만사에 흥미진진하다구요. 어느 동네에 가서도 똥 푸는 할아버지가 있으면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남들은 다 냄새가 나서 코를 막는데, 그 할아버지 코는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냄새를 못 맡을까? 할아버지 코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게 궁금하다구요. 그게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 보는 거예요. '할아버지, 냄새 나요, 안 나요?'라고 물으면 '냄새가 나기는 나지'라고 합니다. 그러면 '냄새가 좋으세요, 나쁘세요?' 하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지' 하는 겁니다. 나쁘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건 그렇다는 거예요.
어떤 때 시골에 가면 말이예요, 인분을 주무르고 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옥수수 밭에 인분을 내는 것이 옥수수가 제일 잘 된다구요. 시골에서 농사 지어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한번 해보라구요. 인분이 제일이라구요. 큰 빗자루 같은 이삭이 달리는 거라구요. 이 인분을 말리기 위해서는 별수없이 자리를 깔고 그 위에 똥을 퍼 가지고 말려야 합니다. 옛날 고향에서도 형님이 그러고 앉아 있었어요. 세상에서 똥이 제일 싫은 것인줄 알았더니 제일 큰 놈부터 먼저 주우려고 이리저리 휘젓고 말이예요. 그거 생각해 보세요. 똥을 주무르면, 손 사이로 쓱 삐져 나가고 그러는데 …. (웃음) 어떻게 그렇게 할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일도 해보면 하는 거라구요. 그것도 재미있다구. 그것이 일이라고 생각하면 냄새가 나는 게 아니더라구요. 일에 취하면 냄새는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인생살이라는 것 세상살이에는 참 재미있고도 멋진 일이 많습니다. 거기에서 모든 것을 연구하고 재료를 수습해 가지고 앞날에, 큰 집을 지을 준비를 하는 거라구요. 선생님에게는 그런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농촌에 가면 농사 지을 줄 알고, 바닷가에 가면 어부될 줄 압니다. 선생님이 투망질을 하더라도 새벽에 닭이 꼬꼬 할 때에 나가야 하는 거예요. 이왕 할 바에는 기록을 낸다는 신념으로 하는 거예요. 새벽에 첫닭이 울 때에 나가서 별새벽이 될 때까지 그 일을 하고 돌아오는 거예요. 나는 언제나 세계에서 무엇이든지 꼬래비는 안 된다는 주의입니다. 어디에 가서 뭘하더라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절대 안 집니다. 내가 정성들이는 데도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