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09권 PDF전문보기

찾아오시는 아버지

마태복음 25:29-46

[기 도]

지금부터 2천년 전, 택해 놓으신 이스라엘을 품기 위하여 오셨던 그리스도의 성상을 저희들이 다시 한 번 회상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모습은 하늘에 대한 염려로 가득 찼사오나 그 누구도 그를 바라보며 염려해 주지 않았사옵나이다. 아버지의 뜻 하나만을 위하여 30여 년의 생애를 기울였고 그것만을 생애의 표준으로 삼고 나가셨으나, 그 심정을 알고 '당신은 수고하셔야 할 분이 아닙니다' 하고 위로해 드리고 안식시켜 드린 자가 아무도 없었사옵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고을에서 저 고을로 쫓겨 다니시던 예수의 심정,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시면서도 지친 다리를 끌고 한스러움을 풀기 위하여 감람산 기슭을 거니시던 그 처량한 심정을 저희들도 몰랐사옵니다.

'주'라고 하는 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해보았으나 진정한 주의 모습을 알지 못했던 저희였음을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독생자라는 말은 귀가 닳도록 들었사오나, 독생자의 처참한 사정은 들어본 적이 없었사옵니다. 하늘이 영광의 구원섭리를 만민에게 무조건 허락한다는 엄청난 말은 많이 들었사오나, 아버지를 따라 나가던 믿음의 왕자인 예수의 모습에 대해서 저희들은 몰랐사옵니다.

아버지, 이제 저희들은 누구를 본받겠습니까? 어떠한 교단의 지도자를 받을 것도 아니었고, 어떠한 교회의 지도자를 본받을 것도 아니었사옵니다. 그들은 믿을 수 있는 자가 못 됨을 알았사옵니다. 저희들은 믿다가 낙망도 많이 해 보았고, 힘을 다하여 정성을 기울였으나 그 정성마저 유린당한 저희들이었습니다.

이제 마음을 헤쳐 놓고 의지할 것은 교회도 아니고, 어떠한 교회의 지도자도 아니고, 교단도 아니고, 이 땅 위의 어떠한 정치적인 지도자도 아닌 것을 알았사옵니다. 역사에 숨어 있고 시대에 몰리고 있는, 깊은 심정을 지니신 주의 성상을 모시는 것만이 이 시대의 신앙자가 해야 할 일임을 저희들은 느끼고 있사옵니다.

어느 한날 그와 같은 동지를 하늘이 그리워하지 않은 때가 있었사오며,어느 한날 그러한 동지가 핍박받게 될 때 하늘이 그의 편이 되지 않은 때가 있었사옵니까? 쓰러지는 자리에서는 같이 쓰러지셨사옵고, 한탄하면서 싸우는 자리에서는 같이 싸우신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기에 그런 자리에서도 주라고 부를 수 있는 외로운 모습이 도리어 그립사옵니다. 이와 같이 의지할 바 없이 한스러운 이 땅을 저버리고 아버님만을 붙들려는 심정의 동지가 되기 위해 애쓰는 무리를 아버님께서는 몹시도 그리워하신다는 사실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님, 오늘 이들 앞에 섰사온데 무슨 말씀을 하오리까. 오라 하시는 당신의 음성을 듣고 가야 할 책임을 느낄 적마다 부족한 자신임을 아버지 앞에 아뢰지 않을 수 없사옵고, 사망의 물결을 막아야 할 적마다 아버지의 권고를 듣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이제 여기에 나온 아들딸들, 이들은 누구를 따라가는 자가 되지 말게하여 주시옵소서. 먼저 자기의 마음을 통하여 느껴지는 천적인 심정에 끌리어 갈 줄 아는 자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진정한 자, 진실한 자에게는 지도자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천륜은 내 양심과 더불어 영원한 스승으로 계신 것을 알았사옵고, 영원한 주인공으로 계신 것을 알았사옵고, 영원한 신랑으로 계신 것을 알았사옵니다. 가까이 있는 하늘이 부여하신 본연의 그 자체, 당신을 높이는 내 본연의 자체를 찾기에 급급해야 할 자신인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상대적인 세계에 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그러기에 예수도 천국이 네 마음에 있다 하시며, 내가 너희 안에 있고 너희가 내 안에 있기를 고대하신 것을 아옵니다. 이 마음을 넓히시옵소서. 이 몸을 낮추시옵소서. 넓히고 낮추어야 할 저희의 마음과 몸이 것을 알았사옵니다. 이 한 가슴에 한을 품었다 할진대 이것도 잊어버리고 넓혀야 할 것을 알았사옵고, 원수를 대하여 미움이 싹틀 때에도 마음을 넓혀 잊어버려야 할 것을 알았사옵니다.

수고하고도 보수를 바라지 않고 몰아치는 억울한 자리에 처할지라도 복을 빌어 주어야 할 노정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하늘이 왜 이런 길을 가라고 하시는가도 알았사옵니다. 하늘이 이렇게 가셨기 때문이요, 그래서 이렇게 오라고 하시는 것이 원칙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예수는 만왕의 왕으로 이 땅 위에 오셨사오나 만주의 주 되신 모습을 낮추시어 죄인의 발을 씻어 주셨사옵고, 죽음의 무리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사옵니다. 이제 저희들, 숭고한 그 인격 앞에 머리 숙이고 감격하여 말을 잃은 채 한없이 흐느껴 울 줄 아는 아들딸이라도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그런 무리가 필요한 것을 알았사옵니다. 말 많은 세상에서 당신의 사람을 찾는 일은 많았사오나, 말로써 아버지 앞에 인연된 적은 없었던 것을 알았사옵니다. 오로지 심정만으로 되어질 것을 저희들이 알고 있사오니 여기에 모인 당신의 아들딸들, 이제 자기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립고 보고 싶은 그 마음은 아버지 속에 있게 하여 주시옵고, 애달픈 그 심정은 저희의 가슴 깊이 숨겨져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버지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자, 예수와 성신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자, 선한 일을 위하여 죽어간 선지선열들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로지 심정을 대신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증거의 아들딸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어려운 길, 험한 고비를 다 지내고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은 아들딸들이오니, 이 시간 축복하여 주시옵고 분부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많은 말씀을 하였사온데, 이제 또 무슨 말씀을 하오리까. 친히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전하는 자의 마음이나 대하는 자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하늘이 동하면 동하고 정하면 정하여 심정적인 인연을 맺고 돌아갈 수 있는 아들딸들이 되고, 심정적인 인연을 그 마음에 옮겨 주고 기뻐하실 수 있는 아버지가 되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이 시간 같은 심정으로 머리 숙인 수많은 형제들 위에도 같이하여 주시옵기를 부탁드리면서,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