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품고 고생한 것이 자기의 재산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53권 PDF전문보기

뜻을 품고 고생한 것이 자기의 재산

오바를 말이지요. 이북에서 가지고 온 오바, 옛날에 중학교 시절에 입던 오바를…. 피난 나올 때야 뭐 어디 있어야지요. 그래 그걸 입고, 단추가 이렇게 쭉 달린 거예요. 그 오바를 입고 있는데, 이놈의 팔이 참 짧았으면 좋겠더라구요. 춥거든요. 그래서 소매에다가 팔을 이렇게 하고는 거리에도 다녔어요. 쓱 다니면 다들 쳐다봐요. 거 얼마나 멋지냐 이거예요. 김삿갓 할아버지가 되어서…. 그런 생각도 해요. `석양지는 산마루에 잠을 자는 문서방' (노래 가락으로 하심) 얼마나 멋지냐 말이예요. (웃음) 그 맛이 아주 실감이 나거든요.

거기에서, 그런 자리에 있어서도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도탄중에서 하늘을 원망하고 자기 일개인의 일생을 원망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거예요.

또 감옥소에 들어간 생각을 하면…. 똥통 옆에서도 잘 잤어요. 어젯날에는 비단 저고리 입고 척 앉아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은 똥통 옆에 척 들어가 가지고 잠도 잘 자거든요. 밥을 주면 그걸 하나도 안 남겨요. 처음 들어오는 녀석들은 밥을 한 일주일 못 먹는 거라. 그저 숟가락으로 떳다가는 놓고 그러는 거예요. 이거 왜 그러느냐? 그런 생활이 적응이 안 되거든요. 창살을 내다 보니 이게 무슨 적막강산이냐 이거예요. 이래 가지고 밥 주면 그저 부들부들 떨면서 먹는 거예요.

선생님은 감옥에 가게 되어도 아주 전문가란 말이예요. 밥이 들어오면 그저 모조리 . `아이고, 맛있다! 하면서 먹는 거예요. 잘 먹어 둬야 사탄하고 싸우지. 거기에 있어서도 `나는 살아 있습니다' 하는 겁니다. 빨갱이들한테 강제노동을 당하는 자리에 있어서, 죽으라고 다 강제노동시키는 거기에 있어서도 `나는 살아 있습니다. 다 죽어도 나는 안 죽습니다' 하는 거예요. 얼마나 멋지냐 말이예요.

지금도 그래요, 지금도. 삼천만이 전부 다 반대하는 거예요. 잡아먹어라, 먹을 수 있으면 먹어 봐라 이거예요. 그러나 가서 한 1년 만 같이 있으면 녹아난다구요. 1년까지도 안 가요. 몇 개월만 같이 있으면 녹아난다 말이예요. 내가 빨갱이라면 빨갱이를 만든다 그 말이지요. 몇 개월만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같이 살면 그저 괜히 좋아하거든요. 몇 개월만 되면 녹아난다는 거예요.

선생님은 학생시절에도 그렇게…. 지금은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해서 아주 쓸만한 신사같지요? 학생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구요. 고물상 찾아가는 거예요. 왜 그때는 그랬느냐? 쪽 빼고 다니면 아주 시끄러워서 못 견딘다구요. 이건 알록달록한 각시들이 매일 따라다녀요. 골목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더벅머리 총각으로 구석진 길로 다녔어요. 왜? 사나이로 태어나서 어떠한 맹세를 했으면 맹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지요. 그 기반을 못 닦아 가지고 뭐 찝적거리고 돌아다니면 무슨…. (녹음이 잠시 끊김)

그때 선생님이 7년 동안 자치생활 했어요. 돈이 없어서 한 게 아니예요. 그 여자들을 알아보려고 그런 거라구요. 절대 더운물 가지고는 안 하는 거예요. 찬물, 그저 두레박으로 찬물을 펴서 하는 거예요. 그러면 손이 짝짝 붙어요. 이래 가지고 쌀도 씻고 이런 놀음을 많이 해봤어요.

그러면서 학생시절에는 첫번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고향에 안 갔어요. 방학이 되더라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안 가는 거예요. 가고 싶은 생각이야 있지만 이미 각오하고 길 떠난 사나이의 갈 길이 있는데 자기 고향을 믿고 사는 사나이가 사나이냐 이거예요. 안 갔어요. 그래 가지고 방학 때는 뭘하느냐 하면, 자취하면서 그 놀음 하는 거예요.

떡 엎드려 가지고 있는 거예요. 동삼삭이라서 추울 때 아니예요? 추울 때는 이불을 쓰고 공부하다가 추우니까 전구를 떡 품에다 품고 자는 거예요. 끼고 자다가…. 맨 처음에는 뜨거운 줄 모르거든요. 이렇게 자다가 익어 가지고 요만큼 불이 났다구요. 그렇게 다 뜻이 없이 살았으면 그저 처량한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전부 다 자기 재산이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