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인연을 확대하면서 살고자 하는 것이 인간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87권 PDF전문보기

고향의 인연을 확대하면서 살고자 하는 것이 인간

우리 인간은 몸을 갖고 있고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잖아요? 여러분의 몸의 고향과 마음의 고향이 다를 수 있느냐? 같아야 된다 할 때에 영원한 내 마음의 고향이 어디냐 이거예요. 또 영원한 내 몸이 머물 수 있는 곳이 어디냐? 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고향이라는 걸 생각하지만, 나도 고향 떠난 지 벌써 수십년 되지요? 혹은 외지(外地)로 돌아다니고, 혹은 감옥에도 들어가 살고, 다 이랬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감옥살이 할 때 감옥 창살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보게 될 때는 심각해지는 것입니다. 미국 형무소면 미국 형무소에 살던 사람하고 한국 형무소를 아는 사람하고…. 또 우리는 뭐 일본 형무소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예요. 그리고 또 공산당 형무소도…. 그래서 그 햇빛이라는 것은 같은 햇빛이지만 햇빛이 전해 주는 그 내용은 심각한 것입니다. 거기는 한국을 눈물로 그리게 되고, 그다음엔 또 아시아를, 동양을 눈물로 그리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볼 때, 일본이 옛날에는 우리의 원수였지만 이런 감옥에 들어와서 일본사람을 만나게 될 때는, 이건 누구보다도 더 가까운 걸 느낄 수 있더라 이거예요. 이런 걸 보면, 먼 거리에서 어려움을 당하면 당할수록 가까운 거리의 원수는 원수가 아닌 것을 느낄 때가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치 문제를 논할 때에 우리는 흔히 `그 사람 훌륭한 사람이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자기 고향에서만 살아 가지고는 나라를 몰라요. 또 대한민국에서만 살아 가지고는 대한민국의 귀한 걸 몰라요. 아시아를 거치고 세계를 거쳐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떨어지는 거리의 비례에 의해서, 또 시간에 비례해 가지고 고국을 떠나온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간절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사람은 한 군데 정착해서…. 물론 정착해서 살아야 되겠지만 정착한 기지를 중심삼고 동서남북으로 확대하면서, 인연을 가누면서 살고자 하는 것도 인간 생애를 엮어 가는 군상이 아니겠느냐 이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