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영계에 들어갈 때 - [8대교재교본] 천성경 지상생활과 영계

⑩ 영계에 들어갈 때

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인생의 승패는 몇십 년의 기간을 두고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순간에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생을 두고 보더라도 여러분이 태어나는 그 순간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물론 태어나기 전까지의 복중 시기가 있지만, 그 복중의 10개월이라는 기간은 출생하는 한순간을 위한 준비기간입니다. 그런데 10개월 동안 아무리 잘 준비했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한순간을 잘 넘기지 못하면 태어나는 그 아기는 비운의 운명을 맞게 됩니다. 10개월의 기간을 안전한 생명체로서 꾸준히 길러 나온 것은 탄생하는 그 한순간을 장식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하면 출생을 바라보는 목적의 한순간을 위해서 복중 시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복중 시대가 아무리 훌륭했다 하더라도 태어나는 한순간에 잘못하게 되면 비운의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31-185, 1970.5.31)

이 땅 위에 왔다가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는 최후의 자리에서 과거를 뉘우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는 과거의 모든 사실들이 영상으로 지나갈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 것입니다.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생명체를 가지고 지금까지 인연된 환경과 남겨 놓은 사연 등 지난날의 모든 것이 일생의 최후 순간에 자기 마음에 영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 `참이 있었다. 내 생명보다도 귀한 그 무엇을 남겼다.`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비록 이 땅에 왔다 가더라도 보람 있는 한때를 남기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왔다 가는 이 인생행로가 행인과 같이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의 모든 과거의 사연을 회상해 볼 때, 그 모든 사연이 머리를 흔들며 회상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졌으면 그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과거를 회상하면 회상할수록 자기 얼굴에 환희가 넘치며 자기의 모든 문제가 이상에 잠길 수 있다면, 죽음의 공포도 그에게는 위로의 한 장면으로 장식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볼 때,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이 공포의 순간이 아니고 다른 그 무엇을 남겼다면 그의 과거도 죽지 않은 것이요, 현실도 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과거를 지닌 사람은 반드시 민족이 따라올 수 있는 인연을 가진 사람이요, 세계 만민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는 인연을 남긴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어떠한 사연일 것인가? 어떠한 민족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비참하고 비정한 때가 있을 때, 그 문제를 자기가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거기에 부딪친 때가 있었다면, 그것은 그의 과거지사에서 잊을 수 없는 한때일 것입니다.

생애노정에서 자기를 위해 죽음의 자리까지 가는 것보다 형제면 형제, 친족이면 친족, 남이면 남을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다 바쳐 그들을 구했다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부딪친 때가 있었다면, 그러한 사실들이 최후의 운명의 자리에서 그의 마음 선상에 영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자기를 중심삼은 행복한 때가 있었고, 수많은 군중으로부터 환영받고 자기가 영광스럽게 찬양받은 거룩한 때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순간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선하였느냐, 참되었느냐, 하나님 앞에 홀로 설 수 있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볼 때 참과 선은 자기로부터 시작하여 자기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하여 남에게서 결과를 맺게 하든가, 남에 의해서 시작되어 나에게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만 선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원리에서 천지의 모든 존재는 주고받는 인연을 거쳐야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생활이 주는 생활이었으면 죽음길에서도 공포가 없을 것입니다.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었고, 남을 위해 희생했으며, 참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눈물도 남으로 말미암아 흘렸고, 내 생명도 남으로 말미암아 투입했고, 내 소원도 남으로 말미암은 것이기에 내 맥박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생명력을 끌어모아 남을 위해서 투입했다고 한다면 그 과거는 빛날 수 있는 과거일 것입니다.

그런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민족을 생각하게 될 때, 소망의 민족은 이런 민족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그가 그런 과거를 그리워하게 될 때, 남을 위해 희생하며 소망하는 본연의 선은 이래야 된다는 결정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것을 위하여 싸워 온 과거가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럴 수 있는 미래가 있어야 된다.`는 내용을 지니고 하나님 앞에 간다고 할 때, 그 내용은 자기의 영원한 생명의 발판이 됩니다.

성현이 가는 길과 범인(凡人)이 가는 길은 다릅니다. 성현은 역사와 더불어 살려고 했고, 세계와 더불어 살려고 했고, 미래와 더불어 살려고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범인은 자기로 말미암아 살려고 했고, 세계도 자기로 말미암아 있게 하려던 사람입니다. (31-308, 197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