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슬픔과 하늘의 분함은 무엇인가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06권 PDF전문보기

인간의 슬픔과 하늘의 분함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의 슬픔인가. 역사의 일체를 모르는 것이 슬픔이 아니요, 역사와 인연맺지 못한 것이 슬픔이 아닙니다. 인간의 슬픔은 천적인 역사노정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적인 역사의 소망이 무엇이며, 사정이 무엇이며, 심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끝날 뜻 있는 청년 남녀에게 이런 것을 알려주고 그들의 가슴 가슴에 충격을 일으켜 주는 때가 오지 않는 다 할진대 이 세계는 역사와 더불어 망할 것입니다.

이런 견지에서 바라보게 될 때에 잠자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은 깨어야만 되겠습니다. 우리 인류는 선조들이 자던 잠을 계속하여 또 자고 있습니다. 선조 때부터 수천 만년의 역사노정을 거쳐 왔으나 하늘과 인간과의 역사적인 규합점을 세워 자신있게 하늘을 향해 부르짖은 자가 아직까지 없습니다. 천륜 앞에 자신있게 책임한 사람이 아직까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슬퍼하는 일이 무엇일 것인고. 그 한 규합점이 맺어지지 않는 것이 슬픔입니다. 그러면 인류가 슬퍼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인류 중에 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러한 인연을 종결짓지 못한 것을 슬퍼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역사의 흐름, 혹은 천륜의 흐름인데, 이 두 방향의 흐름은 우리의 마음과 몸을 갈라 가지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천륜을 향하여 가라' 하고 몸은 '역사적인 인연을 떠나지 말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싸움에 부딪쳐 신음할 줄 아는 청년 남녀들이 많아야 할 것인데, 이 싸움의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자가 없으니…….

그런 경지에서 바울은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롬 7:24)"라고 자탄했던 것입니다. 마음의 법과 몸의 법이 있어 그 두 법이 싸운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것은 역사의 전체성을 폭로시킨 것입니다.

섭리적인 소망의 기준을 먼 거리에 두고 있는 인간을 역사적인 거리를 넘어 그 흑암권세는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늘의 나를 지배하고 있는 흑암권세와 공포를 뚫고 나설 수 있는 자극을 스스로 일으키지 못한다 할진대 구원섭리는 완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천국이념은 허사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서 즐기고, 마음에서 살고, 마음에서 노래할 줄 아는 그런 나를 그리워하며 찾아가는 것이 종교인들의 행로였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을 가다듬어 과거의 인연을 회상하고, 현재의 인연을 생각하고, 미래의 인연을 그리면서 마음의 그 나! 그 나를 찾아 헤매기에 얼마나 급급했었는 가, 반성해 보아야 되겠습니다.

하늘은 때와 시기는 변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통하여 수시로 연락하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그런 심정을 체휼하지 못하고 있다 할진대, 여러분은 일개 국가를 배반한 역적을 넘어 온 천주를 배반한 반역자일 것입니다.

이런 것을 모르고 사는 인간이 되어 버렸으니 참다운 심정, 변치않는 심정이 크면 클수록, 그 사정이 크면 클수록, 그 소원이 크면 클수록 역사과정을 섭리해 나오시는 하나님의 분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하나님의 서글픔이 얼마나 컸으며, 하나님의 애절한 곡절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이러한 심정이 반응되어 그 하나님을 붙들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지을 수 있는 감격된 마음을 가진 자, 그는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제 그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천적인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천적인 심정을 그리며 천적인 행로를 바라보아야 되겠습니다. 자신도 알 수 없게 간곡한 하늘의 사정이 그리워지고 하늘의 사정이 체휼되는 그러한 자리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러한 사람이 있다 할진대 역사노정을 더듬어 나오신 아버지께서는 비로소 그의 손을 붙들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중심삼고 억천 만민 모두가 손을 붙들어야 할 것이었는 데, 택해 세운 과거의 선지선열들은 자기들이 붙들었던 손을 놓기가 일쑤였습니다. 하늘은 우리 선조들을 붙들었던 그 손을 끝날까지 붙들고 나오시고 싶었으나, 아니, 세계 인류 모두를 붙들고 나오고 싶었으나 우리 선조들은 그 손을 뿌리치고 배반하기를 일삼았던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선조들을 잃어버리고 또 다시 깨우치시고, 잃어버리고 다시 일으키신 하늘의 그 심정과 다시 일으킴 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 여러분의 심정과는 큰 간격이 있는 것입니다. 체휼할래야 체휼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할진대 무한한 슬픔의 고개가 남아 있을 것이고, 통분한 십자가의 길이 남아 있고 무한한 십자가의 장벽이 가로막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