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풍광의 우수성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85권 PDF전문보기

강원도 풍광의 우수성

사람이 말이예요. 인격자는 어떤 사람이 인격자냐? 밥만 잘 먹고 밥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인격자예요, 예술이나 문학이나 시에 조예가 있어서 풍부한 감상을 하면서 산을 대해서 속삭이고 들을 대해서 속삭이고 흐르는 물을 대해서 찬양할 수 있는 이런 사람이 인격자예요? 어느 쪽이 가치적인 인간에 가깝겠느냐 하게 된다면 말이예요. 밥 먹는 사람은 물에 가깝다구요, 물. 무슨 물? 동물에 가깝다구요, 동물에. (웃음) 동물에 가깝고, 그다음에 자연을 즐기고 서정(抒情)의 심정이 풍부한 사람들은 뭐냐 하면 신선(神仙)에, 신선에 가까와요. 사람 가운데는 두 종류가 있나니 하나는 동물적인 인간이요, 하나는 이상적(理想的)인 인간입니다.

이런 것을 보게 될 때 평야라든가 해변가는 그저 단조롭다구요. 자고 나면 그저 갈밭밖에 보이는 것이 없고 말이예요. 논바닥밖에 보이는 것이 없어요. 단조롭다구요. 그렇다고 해서 노루새끼가 한 마리 뛰나, 사슴새끼가 한 마리 뛰나. 날아야 뭐, 메뚜기나 날고 말이예요, 단조롭거든요.

그렇지만 산골짜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이건 뭐, 많거든요. 꿩이 나는가 하면, 무슨 뭐 여러 가지 철새가 철따라 날고, 산새도 많고 말이예요, 또, 깊은 산중에는…. 여기 강원도에 호랑이 있지요, 호랑이? 「예」 호랑이 봤어요? 「예」 보지는 못했지만 호랑이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요? 하여튼, 있다고 하니 있는 걸로 치자구요. 그래, 호랑이도 있고, 그다음에는 돼지, 꿀꿀 돼지, 집에서 치는 돼지 말고 산돼지. 내가 강원도 산돼지 잡으러 많이 다녀 봤어요. 산돼지 한번 어설피 맞으면 말이예요, 30리 앞에 사람들 전부 다 비키라고 소리쳐야 된다구요. 이놈이 얼마나 우직스럽고 말이예요, 사정없다구요. 그래, 산돼지가 많지요. 또 그다음에는 뭐, 토끼가 있는가 하면 가지각색의 모든 동물들이 있어요. 아주 다양하다구요.

여기 저 교구장 마누라가 이름이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얼굴이 넓적하고 아주 두리두리하게 생긴 그런 마나님이 있다구요. 그 마나님을 보게 되면…. 여기 오누만요. (웃음)

여러분, 동양화 알지요, 동양화? 그림 알지요? 그림을 척 그릴 때는 무엇을 잘 택해야 되느냐 하면 소재를 잘 선택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풍치, 경치를 택해야 된다구요. 아름다운 솜씨보다도 아름다운 경치가 문제라구요. 여러분이 사진을 찍더라도 카메라로 찍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그 배후의 경치가 어떠한 것인지가 문제라는 거예요. 거기에 따라서 특선도 되는 것이고, 일등도 될 수 있는 거라구요. 그거 알지요?

그렇기 때문에 동양화를 그리는 데 있어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분은 동양화에서 평지를 그린 거 봤어요? 평지를 그린 동양화 있나요? 없다구요. 찾아 보라구요. 동양화는 어디까지나 높은 산, 뾰족뾰족하고도 뾰족한 산 꼭대기에 새파란 소나무 하나가 나슬나슬하고, 나무 꼭대기는 죽어가는데 죽은 가지에 날아가는 학이 쓱 퍼득퍼득 앉으려고 하는 경치를 그려야…. 이게 다 생사의 그 모든 놀음놀이가, 조화가 벌어져야 되거든요. 또, 낙락장송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소나무가 바위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나 좀 봐라' 하며 아침 기분에 맞춰 가지고 춤을 한 번 추고, 또 그 아래에는 맑은 호수가 소리를 내며 계절따라 흐르고…. 이거 보게 되면, 그런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와요. 돌아가던 그 강물이 요즘에는 무슨 하천 보수공사라는 것을 해 가지고 똑바로 줄을 치고 하는데 그런 거 다 틀렸다구요. 꼬불꼬불 올라가고 내려가고 해서 쓱 굽이쳐 내려 가고, 이렇게 되어야 그게 참 이름난 동양화의 묘미라고 본다구요.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하게 된다면 강원도 빼놓고는 그릴 데가 없다는 거예요. 안 그래요? 이 사람들아! 그런 생각을 좀 하고 '나 강원도가 좋다' 하고 살아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상상 동양화는 아무렇게나 그릴 수 있지만 실제 동양화를 멋지게 그릴 수 있는 그 배경은 강원도밖에 없다 이거예요.

자 여러분, 잘 그린 그림 한 폭이 필요해요, 멋진 풍경 그 자체를 가지는 게 필요해요? 어떤 게 더 가치가 있을까요? 「그 자체를 가지는 게 좋습니다」 그 자체요? 「예」 그 자체가 얼마나, 몇백 배 몇천 배의 가치가 있을까요? 그거 생각해 보라구요. 그건 뭐, 말할 수 없이 가치가 있다고 봐요. 그만하면 됐죠? 말할 수 없이….

여자로서 얼굴이 제일 미인 하면 말이예요, 미인 중에는 갸름한 미인, 반달 같은 미인, 둥근달 같은 미인, 꽃 같은 미인, 여러 가지 미인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요? '그 중에 나 하나 들어가겠다' 하고 좋아하는 아줌마도 있고, 각시도 있고 다 그럴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모양이라는 거예요. 그러면, 그 미인 얼굴 그린 그 사진 보고 좋아하는 남자하고 그 미인 자체를 보고 좋아하는 남자하고 어떤 게 더 행복할까요? (웃음) 아, 웃지 말고 대답해 보라구요. 어떤 게 행복할까요? 그림 그린 것 보고 '아 잘 생겼다!' 그게 행복하지요? 천년 만년 봐도 그 모습이고, 웃을 줄 알아도 웃지도 않고 말이예요. (웃음) 그게 행복해요? 「아닙니다」 그럼 어떤 거예요? 그 사실 실체, 실체가 더 좋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