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주는 것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48권 PDF전문보기

사랑은 주는 것

인간이 사춘기가 되었다고 해서 '나는 남자고 너는 여자니까 사랑한다' 하는 관념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자연적으로 그렇게 돼요. 뼛골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 나는 사랑하는 데 상대적인 관념을 중심삼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뻗대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자신하는 녀석이 더 엉큼하다구요. 꿍꿍이 속을 가졌다구요.

인간에 있어서 제일 청춘기는 사춘기 시대입니다. 그 사춘기 시대는 누구를 위해 있느냐?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구요. 나를 위해 있다면 전부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사춘기 시대는 전부 다 내뿜는 시대라구요. 그때는 보게 되면, 처녀들은 날아가는 나비만 보아도 히죽히죽 웃는다는 거라구. 또 물결이 바람에 의해 살랑살랑거리는 것만 보아도 웃는다는 거라구. 그 무어든 좋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늦가을에 감나무 한 잎이 처량하게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가 찬바람이 '쌩' 불 때 떨어지면 거 얼마나 애석합니까? 최고의 애석한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고 웃고, 또 그 잎이 떨어져 떼굴떼굴 굴러가면 그것을 따라가면서 웃고 싶어하는 거라구요. 그런 때가 바로 사춘기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자기의 주체적인 관을 중심삼고, 통일성을 중심삼고 자기 앞에 전부 다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부 다 내뿜는 것입니다. 어디 가든지 나는 상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라톤 대회에 젊은 사람들이 뛰게 되면, '내가 저녀석한테 질 게 뭐 있어? 나도 뛰면 뛸 수 있다, 안해서 그렇지'할 겁니다. 꼴찌 될 수 있는 소질은 풍부하지만 생각은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나는 지지 않는다' 하는 거예요. 마음은 다 같습니다. 그때는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고, 문인이 아닌 사람이 없는 거라구요. 전부 다 그렇다는 거예요.

그것은 무엇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냐? 상대적 권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 추구하는 대상이 무엇이냐? 돈도 아니요, 권력도 아닙니다. 무엇이냐 하면 남녀면 남녀를 중심삼고 제일 좋은 대상을 추구하는 데 그 귀결점을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사랑이라는 명사는 무엇이냐? 그것은 혼자 성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적 관념입니다. 그 사랑의 근거지가 어디냐? 사랑의 소재지가 어디냐?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근거지가 어디고 소재지가 어디냐? 재미있게 잘사는 어떤 부처 (夫妻)가 있다면, 그들이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겠어요? 서로가 사랑을 주겠다고 하겠어요, 받겠다고 하겠어요? 생각해 봐요. 대답도 잘못했다가는 걸리는 거라구요. 보편적인 관념으로 생각해서 주겠다고 하겠어요, 받겠다고 하겠어요?「받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좋다고 할 때는? 줄때 좋아하는 거예요, 받을 때 좋아하는 거예요? 어떠한 관념을 갖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사랑을 하겠다고 하느냐 받겠다고 하느냐 할 때, '사랑을 하다니, 받겠다고 하지…' 그 말이 맞는 거라구요.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구.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하면, 사랑의 소재지는 사랑의 근거지는 상대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그거 실감나지요? 사랑의 거주지는 자기가 아니고 상대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확정지어야 합니다. 이것을 확실히 깨닫는 날에는 문제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했는데 임자가…' 하는 그 말은 사랑을 받겠다는 말과는 어떻게 다르냐? 사랑하겠다는 말이 열만큼 사랑을 했으면 아홉만큼 받겠다는 말이겠어요? '내가 사랑한다. 죽도록 사랑한다' 하면, 그저 죽도록 사랑만 하겠다는 말이겠어요? 그 말은 죽도록 사랑할 수 있는 상대로 삼겠다, 죽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상대로 삼겠다는 말입니다. 일방적인 동시에 양면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죽도록 사랑한다는 건 뭐예요? 죽도록 그저 뺨을 때리고 밟고 물어뜯는데 사랑하겠어요?

여자들은 대개 시집을 가면 남편에게 사랑받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랑받는 게 아니라구요. 남자들은 도적놈 같은 성격이 많다는 거라구요. 남자들은 자기에게 시집온 색시를 방에다 앉혀 놓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 하면 자기를 사랑해 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각기 입장이 다르다는 거라구요. 여자는 시집을 갈 때 사랑받기 위해서 간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는 집에 혼자 있는 색시가 자기를 종일토록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엇갈린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의 근거지는 혼자서는 안 되는 거예요. 대상 없이는 사랑이고 뭐고 있어요, 없어요?「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는 남자나 여자가 다 도둑놈 같다는 것입니다. 나도 남자지만 말이예요. 같은 남자로서 이런 말 하면 실례지만 말이예요. 여자들이 '남자는 어떻고 저떻고' 하며 평을 할 때, 남자의 어떤 면이 불신의 입장이 되느냐 하면 사랑의 근거지가 자기에게 있는 줄 알고 있는 거예요. 이게 탈이예요. 사랑이라는 것은 자기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랑을 받고 싶어합니다. 얼마나 받고 싶어하느냐? 죽도록 받고 싶어합니다. 사랑을 받으면서 죽으면 불행하지 않을 겁니다. 내 생명의 힘이 다 빠지도록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중심삼고는 지독한 마음까지도 흐늘흐늘해져 물이 되어 흘러가도록 받아도 싫지 않을 것입니다. 욕을 그렇게 해보라구. 뼈살이 녹아서 물이 되어 망하라고 그랬다가는 큰일나지요.

그렇지만 사랑을 중심삼고서는 지긋지긋하게, 망해서 없어지리 만큼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빠요, 좋아요? 지지리 망해서 없어지리 만큼 한번 사랑을 받아 보았으면 좋겠다, 그게 좋은 말이예요, 나쁜 말이 예요? 죽도록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말이 그 말이라구요. 별다른 말 아니예요. 망해 없어지도록 사랑을 받겠다는 말인 거예요.

'죽도록 사랑받으면 좋겠다' 그런 말 해요, 안 해요? 우리 남자들, 그런말 해봤어요? 바윗돌같이 둔해 가지고 뭐…. '죽도록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그 사랑이란 벌써 죽음을 초월하는 말이'예요.

그러면 사랑을 정말 받고 싶다 할 때, 그 사랑이 어떠한 사람의 사랑이냐? 십년 전의 그 마음이 십년 후에 변하고, 천년 전의 그 마음이 천년 후에 변하고, 혹은 억만년 전의 그 마음이 억만년 후에 변하는 사랑이겠어요? 그런 사랑이 아니고 절대적인 사랑, 절대적인 사랑의 주체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 보자는 것입니다.

사랑을 해주겠다는 것보다 절대적으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관념인데, 그 절대적인 사랑을 영원히 영원히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소원인데, 그 사랑을 어디에서 받느냐? 이런 문제를 볼 때, 만일에 사랑의 주체되시는 절대적인 분이 계시다면 그분을 중심삼고 사랑 하고 싶겠어요, 안 하고 싶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