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도 없는 놀음을 해 나온 선생님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47권 PDF전문보기

동역자도 없는 놀음을 해 나온 선생님

그래 여러분, 효자 돼 봤어요? 효녀 돼 봤어요? 이 쌍것들! 욕을 해도 내가 당당하다구요. 못 해봤으면 쌍것들이지. 어디 해봤다면 얼굴을 들어 봐요. 내가 물어 보게 말이예요.

여러분 마음에게 물어 보라구요, 내가 효자인가. '문선생이 암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인정하고, 나라가 인정하고, 세계가 인정하고, 하나님이 옳다고 할 수 있는 효자인데 왜 저러나? 문선생 거 나쁜 놈' 해도 좋다 이거예요.

효자 해봤어요, 언제? 나는 효도 못 해봤습니다. 문선생님이 얼마나 불효자인지, 용서받을 수 없는 불효자입니다. 우리 어머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몰라요. 세상 부모 중에 우리 어머니가 날 사랑하던 것만큼 사랑하는 부모를 내가 보지 못 했어요. 진정으로 나를 사랑했습니다. 왜? 8남매 중에 내가 잘났거든. 생기기도 뭐…. 미안합니다. (웃음)

다 잘났다고 그런 모양이예요. 부모님은 뭐 기왓골에 올린 호박통처럼 생겼어도 말이예요. 기왓골에 올렸으면 줄이 생길 것이 아니예요? 얼마나 보기 싫어요. 그런 호박통같이 생겼어도 그 에미 눈 애비 눈에는 황금관을 쓴 미녀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겁니다. 사랑의 조화가 그렇게 무쌍하다는 거라구요.

물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날 진정 사랑했습니다. 8남매 가운데 날 제일 사랑했지만 형님, 누나, 동생들이 '왜 동생만 사랑하느냐?' 하며 시기하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 동생은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거예요. 자기들보다 낫고 말이예요, 생기기도 잘생기고 말이예요. 미안하오. (웃음) 싫어도 이런 것 들어 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사랑으로 들으면 다 되는 겁니다.

선생님이 우수하거든요. 어머니 아버지도 잘못하면 닦아세우는 거예요. 형님도 잘못하고, 누님도 잘못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잘못하지만 옳지 않을 때는 용서없습니다. 닦아세우는 거예요. 세상에 그럴 수 있느냐 말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도 날 더 무서워하면서도 날 제일 좋아했습니다. 뭐 그런 얘기하면 내 자랑 같으니 내 얘기 그만합시다.

자, 그래서 한때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하면 말이예요. 해방 후에, 그러니까 40년 전 일입니다. 내가 동경에 가서 학교 졸업하고, 그때는 학병에 나가고 그러기 때문에 반 년을 단축해서 졸업했습니다. 졸업하고 돌아올 때 며칠 몇 시 배로 돌아간다고 전보를 쳤습니다. 그런데 동경에 가서 차를 타려고 하다가 뒤로 돌아섰습니다. 그런 뭐가 있다구요. 선생님은 남이 안 가진 안테나가 있다구요.

발이 가려다가 가만히 보니까 안 되겠다 이거예요. 벼랑에, 깊은 곳의 벼랑에 떨어지겠다 이거예요. '야 이거 큰일이 생기겠구나' 알거든요. 그래서 전보를 쳐 놓고 돌아서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배가 곤진마루(崑崙丸)라고 하는데, 그 배가 어뢰를 맞아 침몰당해 버렸습니다.

전보를 받았는데, 온다는 배가 침몰된 것이 천하에 다 알려졌는데, 동경에 연락해도 연락이 안 돼요. 내가 그 집에서 인사하고 나와 벌써 딴 하숙집에 들어 있으니 전화를 하고 전보를 해도 통할 게 뭐예요? 그러니 난동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난장판이 벌어진 거예요. 틀림없이 죽었다고 말이예요. 지서 가서 물어 보고 경찰서에 가서 물어 봐도 '그 이후 전보 안 왔으니까, 그리고 그 배가 깨졌으니까 틀림없이 죽었소'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 가슴이 찢어져 내려 앉았을 겁니다. 뭐 세상이 새까맣게 보였을 거예요. 이름있는 집안의 맏며느리인데 말이예요. 한국 풍속으로 말하면 부인들이 속곳 바람으로 나서게 되면 그거 뭐예요? 미치광이예요, 미치광이. 미치광이면 그거 쌍년이라구요. 치마 두를 것도 모르고 속곳 바람으로 그저 부산까지 달려간 거예요. 그때가 9월 달쯤 될 텐데, 달려가는데 버선도 신지 않고 고무신 신고 가다가 신발이 다 벗겨진 줄도 모르고, 아카시아 가시가 발바닥에 박혔는데 아픈 줄도 모르고 돌아다녔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내가 연락할 때까지 3주일이 지났습니다. 나야 뭐 우리 동무 녀석한테 연락하라고 했더니 이놈의 자식이 어디 가다가 연락하지도 않고 그래서…. 오랫 동안 그러고 다니다 보니 어떻게 됐느냐 하면 발바닥에 아카시아 가시 박힌 것이 굳어져 버렸어요. 그 아카시아 가시를 나를 만나 가지고야 뺐다는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얼마나 날 사랑했어요? 그렇게 사랑한 어머니께 내가 선물이라는 것을 하나 해드리지 못했어요.

그런 내가 남의 집 자식들, 남의 부모, 세계 사람들에게는 집을 사 주지 않나, 밥을 먹여 주지 않나, 옷을 사 주지 않나…. 별의별 짓 다하면서 어머니 앞으로는 손수건 하나 안 사 줬다 이거예요. 그런 불효가 어디 있어요?

그렇게 하더라도 하는 말이 '네가 나한테 효도는 못 하더라도 나라를 구하는 사람이 되어라. 세계를 위하고 세계를 구하는 사람 되어라'라고 하셨어요. 어머니 마음은 그렇다구요. 나라에 필요한 사람 되라 이거예요. 우리 어머니가 놀라운 게 그겁니다.

만일에 동네에 누가 나쁘다면 '어떤 사람은 무엇이 나쁘다. 너희들은 저래서 안 된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저 사람들은 앞으로 길이 멀지 않다고 했습니다. '나쁜 사람은 반드시 망하고, 핍박을 받고 어려운 자리에 있더라도 선한 사람은 참게 되면 길이길이 복을 받는다' 하는 그런 교육을 해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자식을 사랑했느냐 이거예요. 그렇게 사랑을 받은 내가 그것을 알면서 어머니 아버지 손수건 하나씩 못 사 주고, 신발 한짝 못 사 주고 영계에 보냈다 이겁니다. 이북에서 전부 다 참살당했다고 본다구요. 김일성 손에 학살을 당했다는 그런 소식도 듣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 어머니가 영계에 가 봐 가지고 '내가 아들 새끼 잘못 낳았군' 그랬겠어요, 어떻겠어요? 영계에 가 보니 '야, 우리 작은 애가 그래도 훌륭하다. 부모한테 이렇게 못한 것이 천리의 도를 닦기 위해서 그랬구만' 한다구요. 천년 사연을 품고 천년 소망의 역사시대에 축복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그 부모가 훌륭해진다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이런 일을 하는 그 아들에 대해서 천년 만년 축복을 해주더라도 하나님이 '야, 네가 그런 자리에서 축복할 수 없어' 하면서 막을 수 없는 자리에 선 우리 부모님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거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예」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께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기도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이북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형제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하나님, 나 가르쳐 주소' 하며 기도도 안 했습니다. 하나님도 짓궂어서 안 가르쳐 준다구요. 그런 기도 안 했거니와 기도해도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그거 알아서 뭘해요? 그거 알아서 염려할 마음이 있거든…. 내 갈 길이 바쁜데 말이예요. 지금 세계로 갈, 서울에서 세계까지 지하 터널을 뚫고 있어요. 김일성은 뭐 삼팔선 터널을 뚫고 있다지만 나는 서울서부터 세계 터널을 뚫는 겁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깜깜한 밤길에서 동역자도 없는 이런 놀음을 하고 나왔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