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르고 현명했던 성진 어머니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63권 PDF전문보기

대바르고 현명했던 성진 어머니

사돈집에서 해 오는 것이 맏동서, 작은 동서, 몇째 동서 것까지 해오는 거예요. 시아버지가 '야, 너 이런 게 있나' 하면 '아이고, 내게 있어요' 이럴 정도로 없는 게 없다구요. 일식 (一式), 생활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오는 것입니다. 바느질할 때 쓰는 골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몇 죽을 해 오는 거예요. 양말 같은 것은 몇백 죽 해 오는 거예요. 뭐, 내의도 일생 동안 입을 것을 해 옵니다. 그걸 다 못 입으니까 아들딸들 옷도 사달라고 하지 않고, 시집올 때 해 온 것을 뜯어 가지고 옷을 만들어서 입히는 거예요. 애기 낳았다고 시할아버지에게 어떻고 어떻고, 뭐 옷감이 없다고 얘기를 못 하게 되어 있다구요. 알겠어요? 그런 걸 보면 평안도에서는 여자로 태어나 혼자 힘으로 시집을 가기가 참 힘들어요. 선생님 집에도 딸이 많았어요. 여섯이 있었는데 그 여섯을 시집 보내려고 얼마나 혼이 났겠어요?

아들 중에서는 둘째 아들이 제일 잘났다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그러니 천하에 이름난 부자들이 딸을 주겠다고 전부 중매장이를 놓고 왔다갔다하게 했지만 다 끊어 버린 거예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밤인데 중매장이가 이러이러한 색시가 있다고 하길래, 그런 색시같으면 한번 만나 보겠다고 해 가지고, 서울에서 가 가지고 밤에 내리자마자 밤길 70리를 잠도 안 자고 걸었어요. 그렇게 걷다 보니 새벽이 됐더라구요. 그때가 왜정 때이니만큼 신작로에 도로포장을 하려고 돌멩이 이런것을 쌓아 놓았었다구요. 그것을 사람들이 밟아서 들이박혀야 땅이 물렁물렁 안 한다 이거예요. 조그만 자갯돌을 심어 놓고 포장하지 않은 그런 길이었다구요. 구두를 신고 70리 길을 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해요. 발목이 안 아프나, 발가락이 전부 부풀고…. 구두는 평지에서 신게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데에서는 몹시 걷기가 힘들다구요. 몸뚱이는 무거운데 뾰쪽한 데서 발을 구부리면서 이렇게 걷다가는 삐기 쉽다 이거예요.

발바닥에 눈이 있나, 없나? 그렇게 밤길을 비틀걸음을 하면서 별의별 놀음을 다 하면서 갔어요. 동이 터서 먼 발치의 사람을 볼 수 있을 만큼 되자 주막집이 보이더라구요. 거기 가서 여기 아무개네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바로 요 앞집이라고 해서 보니 좋은 기와집이더라구요. 그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와집이었어요. 자, 이거 선이고 뭐고 잠이 와 죽겠더라 이겁니다. 서울서부터 한잠도 못 자고 그렇게 왔으니…. 그 주막집에서는 아무개집 사윗감이 왔다고 벌써 소문이 나 있어요. 어디 어디서 신랑감이 온다더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이야기를 안 해도 주막집에서는 아무데서 왔다고 하면 벌써 아는 것입니다. 방을 내라고 해서 한잠 자려고 채비를 했는데, 주막집 아주머니가 재빨리 가 가지고는 성진이 외할머니에게 가서 이야기를 한 거예요.

이래저래 신랑하고 사돈될 사람들이 와서 자겠다고 하는데 거기서 자게되면 문중에 손해가 날 텐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이예요. 그러니 주막집에서 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가문의 아들이고, 또 어머니도 가고 그랬는데 문중을 대해서 일을 처리해야 할 입장이었다구요. 그러니 그 어머니로부터 그 아들딸이 전부 나와 가지고 싹 인사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거 이럴 수 있느냐, 기차를 타고 와서 연락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밤길을 어떻게 왔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농담을 한번 했습니다. 나이가 스물 네 살인데 얼마나 장가를 가고 싶었으면 이렇게 밤잠도 안 자고 왔겠느냐고, 그리고 그렇게 훌륭한 딸을 가진것도 걱정이겠다고 말이예요. 그런 농담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구요.

거기서 머물게만 할 수 있어요? 저녁도 든든히 안 먹어서 배도 고프고 그러니 할 수 있어요? 선보러 와서 그러니 처가집도 안된 거지. 에라 모르겠다 장모될 사람을 불러 가지고 '선이고 뭣이고 지금 잠이 와서 죽겠소. 방 하나 내시오' 그래 놓으니까, 맏며느리가 거처하는 방에 그 맏며느리가 시집올 때 해 온 아주 큰 양단 이불을 펴 주더라요. 에라 어떻게 되든말든 모르겠다 하고 잔거예요.

어머니는 중매장이 노친네하고 아랫방에서 자고 나는 웃방 몸채-몸채는 주체 집, 안방을 말하는 거예요- 그 안방을 차지하고 자기 시작한 거예요. 자기 시작했는데, 이틀 밤을 못 잤으니 코를 고는데 얼마나 잘 골았겠나? (웃으심) 뭐 모든 집안 사람, 뭐 사돈네 팔촌 그저 모든 귀가 나발을 대고 무슨소식을 들으려고 주목하는 판인데, 그 한복판에서 자고 있으니…. 신랑이 자는데 언제 깨나, 언제 깨나…. 언제 깨다니? 피곤해서 자고 있는 사람이 뭐 열 시를 알아요? 이렇게 자다 보니 열한 시가 넘어 열두 시가 됐네. 아침에 닭을 잡아 준비한 국은 굳어지고 기름덩이가 뜨게 돼 버렸다 이거예요. 그걸 갖다 주고 먹으라 하면 문제가 생기겠으니 할 수 없이 또 다시 닭을 잡고 준비를 하는 거예요. (웃음)

이렇게 되니 중매장이 노친네를 통해서 어머니한테 언제 깨겠느냐고 해 가지고 점심을 새로 한 거라구요. 그래 가지고 한 시에 깨서 점심을 먹었다구요. 얼마나 많이 잤어요? 그때가 12월인데 낮도 짧고 그런 때에 새벽에 가서 한참 자다 보니 오후 한 시쯤에 일어나게 됐다구. 그 다음엔 뭐, 밥을 갖다 주는데 체면이 뭐예요. 돌아다니는 사람이 체면이 있겠어요? '나, 밥을 많이 먹을 테니까 아침밥 점심밥까지 다 가져오소. 먹다남은 것도 갖다 주소' 이래 가지고 먹기도 잘했다구요. 상에 올려 놓은것을 전부 번번하게 뜯어댔지. 닭 다리를 뜯어 먹다가 뼈를 벽에다 탁…. 뜯던 닭 다리가 벽을 치던 것이 엊그제 같다구요. (웃음) 덜렁 떨어진 그걸 그냥 버리면 안 되겠으니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물에다 씻어 가지고 껍데기를 벗겨 놓고 고기를 먹던 생각이 엊그제 같다구요.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지요? 「예」 이놈의 몸쓸 놈의 자식들을 모아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버릇이 나빠질 텐데…. (웃음)

그렇게 장가가기가 힘들고 시집가기가 힘들어요. 한번 사돈 맺기가 힘든 거예요. 우리 성진이 어머니가 똑똑한 여자라구요. 아주 대바르고 집안도 괜찮아요. 최씨네 문중 하면 정주 고을에서 이름난 문중이거든요. 거기의 종가집 딸이라구요. 중매장이가 그러는데 내가 스물 넷째라는 거예요. 신랑을 구하려고 신의주로부터 뭐 어디 어디, 몇백 리 안팎에서 잘난 남자는 다…. 성진 어머니 집도 기도하고 다 영통한 패들이거든요. 벌써 선생님 사진을 보고 기도하니까 영계에서 가르쳐 주더라는 거예요. 참 가르침 많이 받았어요. 동서쪽에서 큰 거울이 나타나 하늘 복판에 와서 하나된다든가, 그 가운데 태양이 떠올라 가지고 세계를 비추는데 천지 동서남북의 별과 달이 쭉 둘러 서 있었다는 거예요. 그 달빛이 비쳐서 만국이 꽃밭으로 화했다든가 말이예요. 그들이 꿈같은 그런 계시를 많이 받았다 이거예요. 기도를 해보니 그렇게 되니 그 여자가 딴 남자에게 맘이 있었겠어요? 죽어도 내 사랑이라고 하게 돼 있다구요.

그렇게 기다린 거예요. 1년 반을 기다렸어요. 간다 간다 하고는 안 갔어요. 그랬는 데 시집을 간다고 했으니 얼마나 문중에 소문이 났겠어요? 그렇게 내가 이름난 남자였어요. '최씨 문중의 제일가는 사위다'라고 해 가지고 다른 사위들이 와서 겨루어 보려고 사위 가진 최씨네 친척들이 전부다 모였었다구요. 동물원의 무슨 원숭이 잡아 놓은 거 모양으로 보기 싫은 상판들이 삥 둘러 앉아 가지고 뭐 이러고 이러고 그러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잘 받아 넘기거든요. '당신 할아버지는 나하고 친척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좋지 못하게 살았겠구만'하면 박수를 치는 거예요. 왜 박수를 치느냐? 맞거든요. 몇 사람 심리분석을 해서 관상을 봐주는 거예요. '당신은 이럴 것이고, 당신은 이제 홀아비가 되겠구만, 이놈의 영감!' 그러는 거예요. 친척인지 동네 쌍놈 영감인지 알게 뭐야? '심통이 나쁘구만!' 그러면 박수를 한다구요. 어떻게 아느냐 이거예요.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압니까? 그런 걸 알기 때문에 최씨네 딸은 내 상대도 못 됩니다. 내 상대는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뜻 있는 그런 여자라야만 되는데 그런 여자가 암만 해도 최씨네 문중에서는 태어난 것 같지 않군요'라고 농담을 하면서 말이예요.

밥을 먹고 나서 동네방네 어른들이 전부 나를 보러 찾아오는 거예요. 어떻게 오느냐 이거예요. 소문이 났기 때문에. 오라고 한 거예요. 문을 열어 놓고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그래 놓고는 저녁에 장모와 처남 될 사람을 불러 놓고 '이 집에 닭 몇 마리 기르오? 내가 닭 값은 2배 이상으로 쳐 줄 테니까 닭을 있는 대로 잡으소. 이 굶주린 늙은이들에게 잔치나 해줘야겠소. 사위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선보러 온 아무개 사람이 잔치하고 갔다는 소문이 나면, 나에게도 나쁘지 않고 이 문중도 나쁘지 않을 것은 틀림없으니 닭 있는 대로 잡으시오. 한 백 마리 잡으시오' 이랬다구요. 이러니 안 잡겠다고 할 수 있어요? 못 하겠으면 그만두라고, 내가 동네사람 시켜서라도 사다 잡을 거라면서 크게 시험을 해본 거예요. 어떤 배포가 있나 보려고 닭을 잡으라고 한 거예요. 이러니 닭을 안 잡게 돼 있어요? 있는 닭 전부 다 하고, 사돈의 팔촌네 닭까지 몇 마리나 될까? 한 50마리 잡았을 거예요. 잡아 가지고 너도 먹고 물러가고, 너도 먹고 물러가라 이거였어요. (웃음)

이래 놓으니 하루 저녁에 다 친구가 된 거예요. 그다음부터는 '그 문씨, 문서방이 될는지 모르지만 거 아주 난 남자다'라고 소문이 자자하게 난거라구요. 시골 바닥에 완전히 소문이 나고, 동네방네 전부 다, 군이 떠들고 그런 거예요. 그렇게 선전한 겁니다. 그다음 색시는 나중에 시험하는 거예요. 내가 성경을 가지고 시험해 본 거예요. 요즘 우리 통일교회 여자들은 참 복도 많지. 요즘은 눈만 껌벅껌벅 하다가 알지도 못하고 시집가거든. 성진이 어머니도 시험을 치렀습니다. 내가 7년 동안 수련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수공방 생활을 해야 된다 이거지요. 그런 이야기를 그때 다 했었습니다. 그래서 난 이야기한 대로 했어요. 그 바람에 반대하고 떨어지고 그랬지만 말이예요.

이래 가지고 약혼날을 결정을 몇 시에 하느냐 하면 밤 열두 시가 넘어서 동네 사람들 다 가게 하고…. 장모하고 중매장이 노친네도 똥줄이 달았지. 신랑이 하루밤 자고 나면 갈 텐데, 하는 놀음을 가만 바라보니 재미있게 이야기만 하고 색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말이예요, 밤 열두 시가 돼도 대답하지 않고 말이예요, 자리해 놓아도 올라가지 않을 눈치가 훤하니…. 그렇게 가는 거예요. 이러니 장인 얼굴이 새파래지는 거예요. 내일 아침에는 틀림없이 일찍 갈 텐데, 신랑 녀석은 신부에 대해서 좋은지 싫은지 국물도 없고 냄새도 안 피우네….

그래 놓고는 색시를 불러들여 앉혀 놓고 면담을 한 거예요. 난 이 집 처녀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딱 잡아뗀 거예요. 한 시 반 정도까지 결점이 무엇이고 뭐가 어떻다고 전부 다 퍼붓는 거예요. '나 같은 사람은 팔도강산을 주름잡을 사나인데 언제 집에서 편안히 살림살이 하겠느냐.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내용을 죽 퍼붓고는 '이 집 처녀는 그런 남편을 섬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 거예요. 새 모양으로 둥지에 넣어놓고 기른 색시가 그런 박자를 맞추겠나 이거예요. 그 말에 처억 늘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혼인이 틀렸다는 식으로 끌고 가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나중에 가서야 비로소 두 시쯤에 약혼할지 모르겠다고 한 거예요. 문중어른들 승낙없이 어떻게 혼자 와서 결정할 수 있겠느냐, 어머니는 같이왔지만 아버님,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결정을 못짓겠다고, 통고할 때까지 며칠 기다리라고 딱 해 놓은 거예요.

이래 놓고 색시 얼굴을 가만히 보니까 새파래지더라구요. 그건 뭐냐? 그 색시가 나에게 관심이 많다 이겁니다. 또, 장인 장모 얼굴을 보니까 얼굴이 새파래지고 말이예요. 사흘이나 나흘 후에 대답을 하겠다는 건 날아간다는 말이라구요. 눈치들을 보니까 제삿상에 소금 뿌린 것같이 아주 심각하더라구요. 나는 여전히 모른 척하고 말이예요. 그런 역사를 남긴 거예요.

그다음에는 두 시가 넘어서 그렇게 답변하고 일어서려니까 중매쟁이 노친네가, '할아버지 아버지가 다 계시더구만. 세상에 낫다는 남자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어머니한테 승락을 받아 놓고는 왜 이러느냐'고…. 그렇잖아요? 어머니를 붙들고, 나를 붙들고 안 놓는 거예요.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중매장이 노인네 말이 맞다고 나에게 예스냐 노냐를 결정하라는 거예요. 어머니하고 중매장이 노친네가 그러니까 할 수 없이 '당신들 전부, 하면 좋겠소?' 이래 가지고, 어머니한테도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나쁘지 않다는 거예요. 그럼 어머니 하자는 대로 하자고 했다구요.

그러니까 새파랗게 돼 가지고 똘똘 뭉쳐 있던 장인 장모하고 딸의 얼굴에 비로소 화색이 돌더라구요. 여자의 변덕이랄까, 돌멩이같이 뭉쳤던 그 얼굴이 활짝 펴지더니 반가운…. 나를 척 보고 눈이 마주치니까 '고맙습니다' 이러더라구요. 그걸 보면 성진 어머니가 난 여자예요. 어떻게 그런 자리에서, 시골에서 자란 여자가 물론 학교는 다녔겠지만, 그럴 수 있을까? 눈이 마주치니까 '고맙습니다' 인사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는 걸 보고 내가 '이 여자는 보통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