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할 줄 알아야 된다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222권 PDF전문보기

무슨 일이든 할 줄 알아야 된다

선생님이 7년 동안을 자취했어요. 여자들 도마 소리만 듣고도 벌써 밥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안다구요. 상을 잘 차리면 말이에요, 상 저 끝에서부터 쓰윽 쓸어 보는 것입니다. 그래 가지고 먼지가 있으면 틀리고, 쩔걱 하면 틀린 것입니다. 이거 집안이 아직 안됐다 이거예요. 다 잘 알지요. 숟가락 놓고 젓가락 놓고 이러는 거 보면 다 압니다. 처음에 밥뚜껑 열어 보았을 때에 물이 스르륵 흐르면 안된다구요. 김이 딱 잘 들게 하면 물이 흐르질 않아요. 너무 질면 안된다 그 말이라구요.

그리고 여러분들 5백 명, 천 명 먹을 수 있도록 큰 솥에다 밥할 줄 알아요? 군대 같은 데에는 1천 명, 2천 명씩 하면 이 집만한 방에다 밥을 하게 된다구요. 그때에 밥 누룽지 타지 않게 만들 줄 알아요? 그런 말 처음 들어 보지요? 알아요, 몰라요? 「모릅니다.」모르지? 그거 내가 가르쳐 줄까? 「예.」 큰 군대 밥 할 때는 말이에요, 얼른 얼른 끓게 하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빨리 끓게 해요. 그거 하게 되면 쌀을 딱 봐서 흰줄이 안 보일만큼 하얀 게 남아 있으면 그 다음에 물은 암만 더 뜨거워도 괜찮아요. 끓으니까 타질 않아요. 알겠어요? 그 다음엔 그 위에 있는 물을 완전히 퍼내는 것입니다. 완전히 퍼내고 뚜껑만 닫으면 그냥 그대로 싸악 불어 가지고 몇 백 명의 밥도 한 그릇 밥같이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예.」이런 거 다 연구해 둬야 돼요. 어디 잔칫집에 가더라도 밥 해 주고 들어가면 하룻밤 자면서도 잔치 끝날 때까지 얻어먹고 상감마마 대접받고 다 코치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거 다 알아 두어야 된다구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집에서도 그래요. 밥 많이 할 때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딱 해 가지고 큰 솥에다 물 넣고 끓여 가지고 보글보글 한 다음에 쌀 보면 알거든요. 요거 싸악 봐 가지고 그 다음엔 물 다 퍼내는 것입니다. 조금 훈기가 많을 때는 그냥 그대로 사악 잘 눌러서…. 찰밥이 무색하리만큼 되지요. 거 맞는 말이에요, 안 맞는 말이에요? 해보라구요. 웃지 말고.

그리고 여러분들 뜨개질할 줄 모르는 여자 손 들어 봐요. 그놈의 손을 잘라 버려야 돼요! 나는 양말이나 옷 같은 것은 다 내가 짜 입은 사람입니다. 모자도 춥게 되면 쓱쓱쓱 하면 다 만들어요. 우리 누나들한테 뜨개질을 내가 다 가르쳐 줬어요. (웃음) 왜 웃어? 혼자 살 준비도 해야지, 뜻을 위해서는. 팬티 같은 것도 말이에요, 통 광목을 갖다 놓고 본을 떡 그어서 한 쪽으로 떠서 딱 입으면 내게 딱 맞게 돼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 버선도 만들었다구요. 그래, 어머니가 `야야, 버선꼴을 어떻게 했는지 장난삼아 하는 줄 알았는데 딱 맞는구나!' 그러는 것입니다. 버선은 말이에요, 대개 버선 둘레를 이렇게 해서 갈아야 되거든요. 앞을 곧게 하고, 여긴 좀 높여야 하는 거예요. 알겠어요? 요것만 줄여 놓으면 딱 맞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발이 싸악 들어가면 딱 들어맞지요. 그런 거 전부 연구해 둬야 돼요. 알겠어요? 혼자서도 슥슥슥 자기 것을 다 떠서 입고, 양말 같은 것도 다 문제없고, 모자도 전부 다…. 그래야 혼자 살아도 뜻길을 이룰 것 아니예요? 여편네 없더라도 혼자 다 할 수 있어야 된다구요. 거 우리 어머니 죽겠구만. 사실이 그래요. 언제 한번 내가 전부 요리를 만들어서 초대하면 다 올 거예요? 「예.」그 대신 밥값은 무한정입니다.「예.」내가 못하는 게 없다구요.

산에 가면 새라는 새는 안 잡아 본 새가 없어요. 토끼니 여우니 사슴같은 것을 안 잡아 본 게 없어요. 멧돼지 같은 것도 다 잡아 봤지요. 곰만 하나 안 잡아 봤는데, 곰은 이제 알래스카 가서 잡으려고 그래요. 곰 잡으려니까 그거 전부 다 안됐더라구요. 발을 보니까 꼭 사람 손 같아요, 사람 손, 그리고 서서 다니더라구요. 사람 생각이 나서 못 잡았지 뭐. 또 산에 가면 풀을 보더라도 버섯이면 독버섯인지 아닌지 다 압니다. 먹는 풀이 어떤 것인지 다 알기 때문에 산에 가면 절대 배 안 고파요. 굶어 죽질 않아요. 먹을 것이 수둑한테 뭐. 몰라서 그렇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또 시골 같은 데 가 가지고 밥을 왜 굶어요? 아무 집에 가서 하루 저녁 지냈으면 `여기 아줌마 있어요?' `누구예요!' `나 사랑방의 지난 밤 손님이예요.' `왜 그래요?' 왜 그러긴 뭐가 필요해서 그러지. `아줌마, 내가 부탁하는 것 들어 줄래요?' `뭐요?' 부탁이 뭐 딴 거 있겠나? `나실 한 세 뼘만 줘요!' 그 다음엔 `못 쓰는 바늘 하나만 줘요!'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엔 `성냥 하나만 갖다 줘요!' 해 가지고 바늘 엮어 가지고 낚싯대 만드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낚싯대 만들라구요. 여기를 좀 봐요. 갈라졌어요. 이게 뭘 하다 이렇게 됐느냐 하면 말이에요, 감옥에서 바늘 만들다가 이렇게 됐어요. 바늘도 내가 잘 만들거든요.

그러니까 바늘을 달구면 이것이 모조사(고리)가 되기 때문에 바늘로 낚싯대를 딱 만들어 가지고 실로 묶는 것입니다. 그리고 뜰에 나가면 뻣뻣한 가짜 싸리가 많다구요. 지렁이도 볏단 같은 것을 들추게 되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요. 그거 가지고 낚시질하는 것입니다. 붕어 잡고 다 잡는 거지요. 잡아 가지고 저녁 때 들어올 때는 한 수십 마리 잡아 가지고 들어오는 거지요.

그걸 전부 다 배를 타 갖고 와서 `아줌마! 아줌마!' `왜 그래?' `지금 내가 이거 고기 잡아 왔으니 냄비 좀 주시오!' 해 가지고 아줌마 시키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만드는 것입니다. 전부 다 간 맞춰 가지고 풋고추 썰어 넣고 말이에요…. 잘하거든요, 짤짭하게. 맨 처음엔 물하고 간장하고 타야 돼요. 그러지 않으면 짜서 안된다구요. 그래서 심심하게 해 가지고 한 반 솥 들여 넣고 불을 때는 것입니다. 불을 때게 되면 볼록볼록 한다구요. 이렇게 전부 다 끓게 되면 점점 국물이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근근하게 해서 간을 맞게 하고 장을 딱 뿌려 넣고 말이에요, 한 10분만 살살 때 가지고 간을 해 놓으면 쫀득쫀득한 게 얼마나 맛있어요? 요렇게 딱 해 가지고 저녁 식사 할 때 전부 다 먹자고 하는 거지요. 이렇게 반찬 해 주는데 밥이야 그냥 주게 돼 있지, 안 줄 수 있어요?

그래, 한번 맛을 보게 되면 맛이 이 세상에 청어 구운 것보다 맛있고, 무슨 찌개보다 맛있거든요. 참 맛있다구요. 전어 고기라고 참 맛있는 게 있다구요. 요게 얼마나 빠른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은 잘 잡아요. 그건 따라가서는 못 잡아요. 따라가다가 딱 거꾸로 뒤에다 그물을 쳐야 잡거든요, 그런 고기는. 얼마나 고소한지 모른다구요. 아이고, 지금도 생각하니 혓바닥에 군침이 돌아서 말이 다 안 나오는구만.

그래 놓고는 말이에요, 그놈을 잡아다가 어죽을 쑤는 것입니다. 4월달이 되면 진달래가 피거든요. 그러면 말이에요, `내가 한턱 낼 테니 우리 동산에 놀러 오시오. 아주머니는 쌀만 가져 오소. 내가 닭 잡고 고기 잡고 잔치할게.' 그래 놓고는 사람들이 12시쯤 오게 되면 자기는 새벽같이 나가 가지고 뭘 하느냐 하면 고기 잡아 오는 것입니다. 맛있는 고기를 한달음에 잡아다가 주욱 해 놓고는 말이에요, 이놈을 가마에다 소금 넣고 끓이는 것입니다. 끓여 가지고 조리 있지요, 쌀 이는 것? 쌀을 이는 데도 힘이 세기 때문에 빨리 한다구요. 여자들이 두세 번 해야 할 것을 나는 벌써 한 번에 안다구요. 챔피언입니다. 눈감고도 잘한다구요.

그런 경력이 있으니까 그 조리로 끓는 가마에서 뼈다귀를 전부 가려 내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말이에요, 거기 조그마한 닭이 있어야 돼요. 물고기만 많으면 좀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닭이 필요한데, 많이도 필요 없어요. 3분지 1만 있으면 돼요. 갈비하고 내장하고 목에 기름 같은 것을 잘라다가 깨하고 같이 삶아서 넣어 주면 닭하고 물고기하고 조화가 잘 된다구요. 이래 놓고는 뼈를 건져 버리면 밥을 갖다 넣고 죽을 쑤는 것입니다. 그 죽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웃음)

그 꽃동산에 부처끼리 쌍쌍이 가 가지고 `당신 조금 더 드소!' 하고 죽을 흘리면서…. 거 뭐 일화가 많지요. 밥은 흘려도 괜찮지만 죽은 흘리면 자리가 나거든요. 이래 가지고 뭐 뽑아 가지고는 말이에요…. 그렇게 하니까 동네에서 날 참 좋아한다구요. 옛날에 우리 때는 그랬어요. 그러다가 철들고 다 그러니까 아줌마나 누구나 내가 어디 갔다 오게 되면 동네에서 전부 다 모인다구요. 모일 때면 내가 얘길 곧잘 하거든요. 재미있는 얘기도 해 주고 이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네방네 전부 다 나를 중심삼고 한 동네가 한 집안같이 지내는 것입니다. 그거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