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10권 PDF전문보기

참되신 아버지와 자녀

요한복음 14:1-6

[기 도]

역사는 지났을망정 오늘 이 시간 저희들은 멀지 않아 십자가에 달리실 몸으로 민족 앞에 나타나신 예수의 초조한 형상을 대할 수 있고 접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얼마나 섭섭하셨으며 얼마나 분하셨으며 얼마나 외로우셨으며 얼마나 억울하셨사옵니까? 그때 택한 이스라엘 백성 중에 하늘을 위하고 하늘을 받든다는 사람은 많았사오나, 진정 하늘을 위하여 이슬같이 사라질 최후의 길, 죽음의 길을 가시는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 그의 소매자락이라도 붙들고 눈물짓는 이가 없었다는 원통한 사실을 저희들은 알고 있사옵니다.

한스러웠던 그날, 땅 위의 무지한 수많은 인류는 물론이거니와 아버님께서 4천년 동안 피어린 역사를 엮어오시면서 피의 제단을 연하여 택하신 이스라엘 민족조차도 통곡하고 통곡하여도 풀 수 없는 원한이 그 한 시간에 맺혀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억울한 심정을 품고 가야할 길을 염려하시는 예수를 재촉하여 몰아낸 이 분한 사실을, 뼈살에 사무치는 이 원한을 오늘 저희들이 천만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현실적인 싸움이 남아 있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분은 저들을 위하여 오셨사오나 저들은 그분을 몰아쳤고 십자가에 못 박았사옵니다. 이처럼 천륜 앞에 용서받을 수 없는 무리, 지옥불 중에서도 꺼지지 않는 유황불에 들어가 마땅한 무리들이오나 그래도 고난의 길을 넘고 십자가의 길을 거치고 시대와 세기의 연속된 피의 역사노정을 거쳐 나오면서 남아진 무리를 찾고 그러한 무리를 이뤄놓기 위하여 수고하신 아버지 앞에 저희는 감히 머리를 들 수 없는 부족한 모습이옵니다.

하늘을 찾아나가는 데는 자기의 모습을 들어 자랑할 수 없는 것을 알았사옵고, 하늘을 위하여 충성하려는 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자기 자신을 잊어야 한다는 것을 저희들은 깨달았사옵니다. 여기 모인 저희들, 누구를 위해 왔사옵니까? 믿는 것도 자신을 위하여 믿는 저희들 되지 말게 하여 주시옵소서.

신앙이라는 두 글자를 앞에 놓고는 그 목적도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위한 것이요, 주를 위한 것이요, 민족과 하늘 땅을 위한 것임을 아는 저희들이 되어야 하겠사옵니다. 과거에는 저희들이 일신의 구원을 위하여 믿었사오나 이제는 보다 큰 천주의 구원역사를 위하여 믿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는 한평생을 이런 심정으로 싸웠고, 한평생을 아버지와 더불어 살았고, 아버지와 더불어 말씀하셨다는 것을 저희들이 잊지 말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저희들은 역사적인 종단을 향하여 급속도로 변해가는 혼란한 시대에 처해 있사오나 저희의 중심만은 아버지의 것으로 바쳐지기를 원합니다. 저희의 모든 것을 아버지의 것으로 드리기 원하오나 아버지께서 받으시기에 합당치 못한 저희가 아닌가 하고 염려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이날도 부족한 자신임을 아버지 앞에 직고하면서 아버지의 긍휼의 손길과 사랑의 심정과 아버지의 품이 그리워 모였사오니, 이 한 시간 땅 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아버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느끼게 하여 주시옵고, 아버님의 품에 안기어 영원히 아버지의 뜻을 노래할 수 있고, 아버지와의 인연을 찬양할 수 있는 은사를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많은 무리가 아버지 존전에 머리를 숙였사온데, 아버님, 제가 무슨 말을 하오리까. 많은 말보다도 당신과의 인연을 두터이 할 수 있는 심정만이 우러나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스스로 과거를 뉘우치고 오늘의 부족함을 깨달아 아버지께서 찾고자 하시고 세우고자 하시는 본성의 한 모습을 그리워하며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고 나설 수 있는 간곡한 마음의 혁명이 일어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전하는 자의 마음과 대하는 자의 마음이 하나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 세상의 그 무엇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지 말게 하여 주시옵고,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분부하시는 아버지의 은사 앞에 동하여 뼈와 살이 다시 빚어질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이 시간도 외로운 식구들이 남한 각지에서 서글픈 심정을 아버지 앞에 털어 놓고자 많이 모인 것을 당신은 아실 줄 믿사오니, 이 시간 그들에게 같은 은사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또 멀리 바다 건너에서도 수많은 형제들이 핍박받고 시련당하는 환경 가운데서 이 시간 뜻을 위하여 염려하고 근심하고 있는 것을 당신은 아실 줄 믿사오니, 그들을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뜻을 표준으로 하여 싸우는 저희들, 그 표준에 이를 때까지, 아버지 앞에 승리자가 될 때까지 한 심정, 한 사정, 한 식구로 단결하여 나갈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일체를 아버지께서 주관하여 주시옵고, 저희의 전체를 아버지 것으로 세워 주시옵기를 부탁하올 때,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