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사람이 돼야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59권 PDF전문보기

계절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사람이 돼야

봄철이 왔다는 걸 절절히 느꼈어요. 아침에는 햇빛이 동쪽에서 떠올라 오기 때문에, 나는 이쪽에 앉아 있었는데, 서울서부터 날씨가 추웠어요. 차안이 추웠어요. 그런데 추풍령을 척 넘으니까 해가 이쪽으로 기울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햇빛이 짝 비치는 데, 그게 아주…. 해를 가리는 그게 뭐라고 할까, 발이라고 그러나요? 그걸 내리고 덮어도 덥더라구요. 이걸 볼 때 참 느낌이 좋더라구요.

춥던 것이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변화를 일으켜…. 또 아침 저녁의 변화로 말미암아 사람이 느끼는 기분이 180도로 달라져요. 이걸 볼 때 자연의 흐름에 인간이 과연 박자를 맞추기 힘들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침과 저녁, 아침에는 춥더니 몇 시간 차이에 덥더라구요. 또, 윗쪽은 눈이 있고 이쪽에는 눈이 없어요. 한국의 조그마한 땅에서도 그런 변화에 사람이 박자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 보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봄철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봄철을 못 느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거예요. 어차피 더울 때는 옷을 벗어야 된다 이거예요. 더우면 벗어야 돼요. 자연이 변함에 따라 가지고 우리들이 박자를 못 맞추지만, 어차피 어느 정도만큼 박자를 맞춰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것을 거기서 느끼게 되더라 이겁니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봄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옛날 고향생각을 쭉 하면서 내가 자라던 고향동산, 뭐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여러분들 고향은 다 알지요? 옛날에 요런 길이 있어 가지고 뜰에 무슨 풀이 나고 어떻게 생긴 버드나무가 있고 포플러 나무는 이렇고, 아주 뭐 아리아리한 옛시절이 떠오른다구요.

조그마한 개천에서 고기잡던 놀이로부터, 봄절기와 여름이 달라져 가지고 자기가 놀던 기분도 달라진다는 거예요. 그것이 또 가을이 되면 달라지고 겨울이 되면 달라져요. 사시사철을 따라 가지고 옛날 자기가 지냈던 고향 땅을 중심삼고 자라던 걸 가만히 보니까, 아무리 어린 시절이라 하더라도 역시 그 자연의 환경에 보조를 안 맞출 수 없게끔 따라가면서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감정을 가져야만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거기에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만일에 봄이 왔는 데도 불구하고 여름같이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예요. 가을이 왔는 데 여름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가을이 됐는 데 겨울같이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가 힘들지만 그 철에 따라 가지고 보조를 잘 맞추는 데에 있어서 일년 사시장철에, 그 시기 계절계절의 아름다움을, 누가 느끼지 못하는 묘미를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느껴 볼 때, 여러분 쭈―욱 어린아이의 볼같이 말이예요, 여기 파릇파릇한 게 있지요? 그런 것을 내가 쓱 보면서 이런 생각 했어요. 봄날을 맞을 때는 모든 자연이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동산을 보나, 어디를 보나 전부 다 봄날을 기꺼이 맞을 수 있는 환경으로 접어드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뜰을 봐도 새로운 싹들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느끼고, 동산을 봐도 그렇게 느끼고 말이예요. 어디까지나 겨울날과 다르다는 거예요. 무엇인지 모르게 가깝고 무엇인지 모르게 투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깃들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거예요. 그 가운데서 모든 산천초목은 새싹을 발하는 거예요.

이 모든 것을 보면 봄바람도 물론 불어오겠지만, 봄에 아지랭이가 피고 아득히 보이는 그 모든 전부가 고이 품어 주는 기분이 남과 동시에 태양빛이 고이 내리쬐이는 거기에서 자연의 품에 잠을 자면서 새싹이 아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걸 생각할 때, 전부 신비로움을 느끼게 돼요.

이렇게 자연은 봄을 즐거이 맞고 새로운 자기의 생애를 출발하려고, 자연에 박자를 맞추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자연을 주관하고 이 자연의 주인이라고 하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칭해서 자랑하는 인간들이 과연 이렇게 자기의 생활을 아름답게 준비하고 나오는 자연을 잘 품고 사랑하고, 이것을 보호해 주고 이것을 거느리는 입장에서 봄을 감상하고 봄의 뜰을 가꾸어 주고 혹은 농토를 품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 것이냐? 이런 걸 생각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