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어물 연어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74권 PDF전문보기

사랑의 어물 연어

보라구요. 알래스카에 내가 배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 해안에 연어가 있는데, 이놈의 연어가 참 신기해요. 나같이 똑똑한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알쏭달쏭하다구요. 이놈의 연어새끼들이 한 1년 몇 개월 있다가는 살던 데서 쓱 나가 큰 바닷물을 따라 4천 마일, 오대양을 거쳐 여행을 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래서 4년이 되어 가지고 생산할 수 있는 성숙된 자기를 깨닫게 된 다음에는 뒤로 돌아 가지고 옛 고향을 틀림없이 찾아가는 거예요. 나보다 낫다구요.

내가 서울을 떠난 지 한 15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서울 와서 보니 다리가 왜 그렇게 많은지, 무슨 다리 무슨 다리 이름도 내가 몇 개만 외우지, 다 못 외웁니다. 늙으면 옛날에 외웠던 것까지 다 잊어버리는데, 다리까지 외우다가는 죽게요? 아예 외우려고 생각지도 않아요. 서울 거리를 다니다 알고, 아는 것은 거리 몇 개밖에 없어요. 동대문 남대문 짜박지 이것밖에 몰라요. 길도 전부 다 달라지고 꼴도 다 달라졌더라구요. 이제 서울 같은 생각이 안 나요. 어디 딱 잡혀 와 가지고 구경 온 사람 같다구요. 아 이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데, 만물지중(萬物之衆)에 유인최귀(惟人最貴)라는, 영장이라는 동물인데도 몇 년 동안에 그렇게 환경을 다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그놈의 고기새끼가 머리에다 무슨 장치를 했기에 4년 동안 5천 마일을 간 그 길을 다시 돌아와요? 거기에는 별의별 뭐 변화무쌍한 험한 골짜기가 있고, 흘러 온 해수가 얼마나 고약한데, 그거 다 거치면서 잊어버리지 않고 환고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 연어가 무엇을 찾아 환고향할까요? 사랑을 찾아 환고향하는 거예요. 그렇게 위대하고 매력적인 어물(魚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돼요.

그거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왜 그렇게 생겨났을까요? 인간세계에 무엇을 교육하기 위해서? 사랑은 옛정을 찾아가고, 환고향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이 있다는 걸 가르치기 위한 것이니라! 「아멘」 그런 걸 보면 참 신비스러운 거예요. 그놈 쌍쌍이….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오늘 얘기 전부 다 못 할 텐데, 이제 그만두자구요. 그저 그렇고 그래요. (웃음)

여러분, 여편네 남편네 잘살면 되는 거예요. 그래도 궁금해요? 그놈들이 새끼를 치고 집 짓는 것 보면 또 놀라와요. 그러다가 강물에 밀려 나가 가지고 암놈이든가 수놈이 떨어질 때는 울고불고 야단법석하는 거예요. 말은 안 들리지만 그거 비참합니다. 그래 가지고 처음 알을 낳고는, 그거 다 묻어 놓고는 두 놈이 죽는 거예요, 이마를 맞대고. 죽은 후에, 그것이 썩게 되면 새끼들이 그걸 파먹고 자라는 것입니다. 미물인 동물도 천리원칙이 정한 이상적인 사랑의 원칙을 천년 만년이 가도 변함없이 지킬 줄 아는데, 인간이 어쩌자고 이렇게 되었노! 인간은 뭘하는 동물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