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가장 친근할 수 있는 곳이 감옥이다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63권 PDF전문보기

자연과 가장 친근할 수 있는 곳이 감옥이다

또, 하자구요?아침에 척 눈을 뜨고 일어나게 되면 아침 노을이 보입니다. 검정노을도 노랑노을도 빨강노을도 좋다는 거예요. 그 모든 전부가 희망에 찬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야아, 저것을 자유로운 입장에서 바라보고 내 힘껏 소신대로 저를 맞아 주고, 오늘 이 아침은 멋진 날이다'고 찬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꿈에, 감상에 잠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침 햇빛이 쓱 비추면 그야말로 완전히 사로잡히는 거예요.

햇빛은 뭐냐 하면 엿줄과 같애요. 엿줄, 꿀줄이라고 할까,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하여튼 좋은 거라구요. '아이구 이놈의 해야' 하는데, 햇빛 줄기는 전부 다 자기를 위해서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거예요. 창문을 통해 햇빛을 바라보는 그곳 이상 배울 곳은 없더라, 알겠어요?

그러니 해를 진짜 알아주는 사람은 감방에 있더라, 왜?해를 제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감방에 있기 때문입니다. 감방은 해를 칭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더라, 그렇다는 거예요.

또, 나는 감방에서 파리를 잡아 가지고 매일같이 잘 놀았어요. (웃음) 감방에서의 친구는 간수가 아니고, 이 있지요? (웃음) 이것을 멧돼지 부대라고 한다구요. 기어다니니까 멧돼지 부대라고 한다구요. 감방에 오래 있으면 말이예요. 옷에 시침질해 놓은 곳이 있지요. 이 잡을 필요도 없구요. 두 마리 잡겠다 하고 쓰적쓰적하면 두 마리가 나오는 거라구요. (웃음) 내가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기분 나쁠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나쁘지 않다는 거예요.

이런 것을 써서 책을 만들면 감방이 유명해질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책까지 쓰려고 생각은 안 합니다만, 나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얘기해 줍니다.

이를 잡아 가지고 손바닥에다 놓으면서 한 마리 잡았다. 두 마리 잡았다. 세 마리 잡았다. (웃음) 열 마리는 대번에 잡는 거예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아이구 감옥에서 별의별 짓을 다하고…. 사실 별의별 짓 다 했다구요. 이렇게 하면 따뜻해진다구요. 알겠어요?겨울에는 감방에 이가 많습니다. 이놈을 잡아서 갖다 놓으면, 찬 방이니까 따뜻한 데 싹 갖다 놓으면 오물오물 다 모인다구요. 그렇다구요. 그런가 안 그런가 해보라고요. (웃음) 그건 왜?생리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구요. 요렇게 기어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열 마리만 딱 잡아 놓으면 그 다음에는 추우니까 서로 붙어 가지고 파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햐 이거 안 되겠다' 이래 가지고 열 마리, 스무 마리, 서른 마리, 쉰 마리 잡아 놓게 되면 동그랗게 됩니다. 이것을 데굴데굴 굴렸을 때 한 놈이 떨어지게 되면 거기에 파고들어가겠다고 합니다. 그거 아주 취미 중에…. 그걸 경주시키고 그러면 얼마나 좋은지…. 그렇기 때문에 감옥에서는 이가 원수가 아니고 친구였더라, (웃음)

세상에 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런데 이를 친구삼아 노래할 수 있고, 친구삼아 의논할 수 있고, 놀 수 있게끔, 이를 상대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이 됐다면 교육 중에 최고의 교육입니다.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감방밖에 없기 때문에, 감옥소는 나쁘지 않더라.

또, 이제 파리, 여름에는 파리 녀석이 윙 하고 날아 들어오는 거예요. '야 너는 나보다 낫구나!'내 앞에 와 가지고는 싹싹싹 비빕니다. 그러면 기분이 나쁘다는 거예요. '요 녀석아, 너 내 앞에 와 가지고 무슨 자랑을 그렇게 손을 비비면서 하는 거야' 하고 훅 불면 날아갔다가 쓱 도로 돌아와요. '야 이놈 안 되겠다' 해 가지고 '이번에는 다리를 비비면 잡고 안 비비면 안 잡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 꼭 와서 눈을 깜박깜박, 파리는 깜박깜박 안 하지, 이러고 있다가 또 비비는 거예요. '이놈 이제 틀림없이 잡는다' 하면서 자기 혼자말로 주고받고하면서 신이 나 가지고 '야 이거 놓칠소냐' 하며 살랑살랑 가서 싹 잡으면…. 그 심각한 자리에서 파리 한 마리 잡는 것이 황소 잡는 것보다 더 기쁘다구요. (웃음) 그것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그러다가 쌩 날아가 버리면 '아이쿠 기분 나쁘다. 오늘 재수가 없겠구나' 그런 놀음을 할 수 있는 곳은 감방 외에는 없다구요.

이놈을 잡겠다 해 가지고 날아가는 것을 잡으며 이놈을 놓칠소냐, 놓치면 큰일이 납니다. 잡아 가지고는 '요놈 잘 잡혔다. 이놈, 이제는 복수다' 탕감복귀가 아니고 탕감복수하는 거예요. '요놈 야야! 아프지만 참아 내가 안 아프게 해줄 께' 하고 주사 놓는 식으로 딱 때리고 빼는 거예요. 몸뚱이를 꽉 잡으면 꽁무니가 늘어집니다. 해 보라구요. 날개짝도 딱 떼버린다구요. 우리가 생각을 해 보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아플 것 같기도 해요. 안 아프냐고 물어 보면 안 아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웃음) 이렇게 바른쪽을 뗐으니 왼쪽도 '참아, 참아' 해서 싹 떼어 버리고 놓게 되면, 날개 떼인 곳이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놓아 주면 발발발발 잘도 돌아다닙니다. (웃음)

그 다음에는 담벽 모양으로 휴지를 모아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여기서 경주를 시킵니다. 누가 일주를 먼저 하나 해 가지고 그 사이로 나갈 수 있는 구멍을 조그만큼 남겨 놓는 거예요. 구멍을 이만큼 남겨 놓게 되면 거기로 나가려고 하지요. 발발발발 돌아가거든요. 야, 누가 일등하나 세 마리만 잡아 놓는다 하게 되면, 일등 이등, 큰 놈 작은 놈, 이렇게 해 놓으면 그것 참 재미있다구요. (웃음)

내가 그런 얘기를 하려면 한이 없습니다. 파리 한 마리도 그리움의 대상이 됩니다. '야 네가 말을 할 줄 알면 내 소원을 들려주어 고향에도 보낼 텐데' 고향까지 날아갈 수 있다구요. '소식을 가져 오기도 할 텐데' 파리 한 마리가 친구가 될 수 있다구요. 미물의 곤충 파리 하게 되면 전부 다 싫어하지만 이렇게 친구 중의 친구요. 사람의 대상이자 의논의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이상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은 천지에 감방 외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감방이 나쁘지 않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한정이 없을 거예요. 이제 시간이 많이 됐는데 그만두자구요. 그런 내용이 얼마든지 있다구요.

철따라, 눈이 내린다든가 할 때는 아주 감상적이 되는 거예요. '작년에 갔던 각설이 금년에도 또 왔네….' 그런 노래와 같이 작년에 오던 눈이 금년에도 오는구만, 감방에서는 눈을 안 볼 줄 알았더니 또 보는구만' 그렇게 되면 지난날을 반성할 수 있는 거예요. '하아! 내가 일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그러한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자기 일생을 쭈욱 반성해 볼수 있다구요. '나는 어디서 태어났고,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사랑했고, 이렇게 이렇게 학교에 다녔고, 이런 사연을 거쳐서 오늘 이렇게 감방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어 가지고 겨울을 맞이하여 펄펄 날리는 눈을 맞는구만, 이 계절이 지나면 또 봄이 올 것이고, 여름이 올 것이고, 가을이 올 것이고 또 겨울이 오면 이런 눈이 올 것인데, 내년 겨울에는 부디 여기에 안 있어야 할 텐데….' 이러면서 미래에 대한 것도 생각하고, 전부 다 철따라 변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의 발전을 모색하고, 새로운 희망을 모색할 수 있는 곳이 감옥 외에는 없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라면 못해도 일년 반쯤은 공식적으로 감방 교육을 시켜야 되겠다 하는 것이 앞으로 내가 문교부 장관이 되거나 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한번 해 보고 싶은 거라요. 정말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