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감옥에서 필요 없다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063권 PDF전문보기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감옥에서 필요 없다

그런데 고기 실컷 먹을 때가 온다는 거예요. 그렇고 보면 그것 참 좋은 소식이지요?고기를 바께쓰로 갖다 주면서 '어서 먹어라' 하고 문을 열고 막 들이미니 얼마나 좋겠어요?그게 어느때냐?흥남 앞 바다는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곳입니다. 한번 잡히게 되면 산더미같이 잡힙니다. 그러면 전부 다 비료를 하는 거라구요. 고등어가 상당히 기름이 많다구요. 또, 생고등어를 회해 먹으면 맛있다구요. 며칠 둔 것은 안 되지만 펄펄 뛰는 것을 갖다가 회를 해 먹으면 참 맛있어요. 생선을 절인 것을 먹으면 맛을 모르겠지만 생것은 참 맛있어요. 고등어 철에는 제일 싸니까, 시래기 값보다 더 싸고 무엇보다도 싸니까 트럭을 들이대 가지고 '에헤라 먹고 싶어하는데 실컷 먹어라' 해 가지고 한 트럭 사다가 가마솥에 쪄서 한 바께쓰에 가득 들이미는 거예요. '자,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런데 일년 동안 굶을 대로 굶어 가지고 창자는 가늘어 질 대로 다 가늘고, 기름기는 다 빠졌는데 거기에 기름기를 갖다 넣으니 소화를 시키겠어요?못 시키는 것이 틀림없다구요. 소화 못 시키니까 그냥 무사 통과라구요. (웃음) 여기에는 교통사고도 없다구요. 알겠어요? (웃으심) 그렇게 저녁을 먹고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 출역하러 가야 하는데 변소 갔다가 일하러 갈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아침에 일어나서 전부 다…. 새벽부터 미리는 못 일어나요. 그 시간 외에 일어나게 되면 탈옥 공모자로 몰리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같이 기다려야 돼요. 시간이 되어 한꺼번에 '출역!'하게 되면, 수십 명이 밤새껏 타고 앉았기 때문에 아직 후계자도 많고 재신청자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출역' 하니 어떻게 할 수 있어요? 다 청산 못 하고 어기적어기적 나가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전람회가 벌어지는 거라구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웃음)

이렇게 실제로 지내 본 사람의 말을 들어야 재미가 나는 거예요. 그렇지요?재미나지요?그 뭐 안됐지만 재미가 난다구요. 남의 말을 듣고 하는 것은 재미가 없는 거라구요. 기분 나쁜 거라구요. 그렇지만 실제로 지낸 사람이 말할 때는 재미가 물씬물씬 나는 거라구요.

쇠붙이 같은 것은 절대 못 가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해 가지고 다섯 시에 일어나서 여덟 시까지 검사하고 나면, 여름날 세 시간씩 앉혀 놓으니 어떻게 되겠어요?볼장 다 보는 거지요. (웃음) '여기서 아이구' 하면서 체면은 있어 가지고…. 그러다 보면 앉은 자리 있는데 후지근한 물이 고이고, 어떤 녀석은 이게 응- 해 가지고 갈 데가 없으니까, 이게 올라와요. 이게, 덩어리까지…. (폭소) 이런 요지경 판이 벌어지는 거라 구요. 그것 흉보는 사람도 한두 사람이지, '너자 나요 나자 너요' 모두가 다 그러니….(폭소) 자 웃으라구, 웃으라구, 마음 놓고 웃으라구요. 그렇다는 거예요. 나나 너나 다 그러니 흉볼 게 있어요?그래서 말이 생겼다구요. '봄이 돌아오면 한 번 해야 된다' 뭐 한다는 거예요?한번 싸야 된다는 거예요. (웃음) 그래 표어가 생겨났어요. '싸지 못하는 사람이 병신이다' (웃음)

그런 것은 암만 세계를 돌아 다녀 봐도…. 그런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형무소밖에 없다구요.

체면이나 무슨 위신이 있다는 사람은 여덟 시까지 참고 참다가 그저 '주루룩 주루룩' 나중에는…. (웃음) 또, 거기에다가 춥지는 않지만 새벽부터 나와 볶여야 하니 어떤 사람은 '으웩' 하며 토하는 그런 놀음까지 벌어진다구요. 이게 거짓말 아닌 사실이라구요. 그렇게 '출역?하게 되면 그야말로 옆에서는 별의별 요지경판이 벌어진다구요.

그렇게 되면 안 싼 사람은 안 싼 사람끼리 싼 사람은 싼 사람끼리…. 서로 손 안 잡으려고 도망 다닙니다. 그럴 것 아니예요?그러나 출역하게 되면 천여 명이 네 사람씩 손을 잡고 줄을 지어 가는 거라구요. 그러니까 서로 찾아 다닌다구요. 자, 이거…. 폐장에 말이예요. 자기 귀한 것 잃어버리고 정신 빠지게 찾아 다니는 사람과 마찬가지라구요. 그런 구경은 형무소 아니고는 못 하는 거예요.

자기들끼리 더러워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손을 떡 붙잡고 갑니다. 가다가는 별수 있어요?벌써 세 시간, 네 시간 되니까 될 대로 다 됐거든요. 그 십리길을 걸어가는데, 어그적어그적하니 소화가 돼 가지고 배에서는 '쭈르륵 쾅 쭈르륵 쾅' 하면서 자꾸 내려 오니 이건 뭐 야단법석이 예요. 뭐 체면을 차려 가지고 안 싼 사람끼리 붙들고 나가던 사람도 '아이구 와와와 확' 하는 그런 놀음이 벌어진다구요. (웃음)

그런 광경이 벌어지면 대개 다 같으니까, 부끄럽기는 뭐가 부끄러워요? '웃는 녀석 있으면 너도 한번 당해 봐라 얼마나 바쁘고 급한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러는 거예요. 난 그걸 당해 보지 않아서 그 내용은 모르겠어요.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변명할 수도 없다구요. 그러한 요지경판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이걸 보게 된다면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어 철이 되면 고등어가 고맙기도 하지만 일면 인간꼴을 다 버린다는 거에요. 내가 이걸 얘기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내가 째째하다는 얘기는 이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양념으로 얘기한 것이고 이제부터 얘기하자구요.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필요한 것이 없다는 말은,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거기에서 필요 없고 세상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기에서 필요하다는 거예요. 알겠어요?

그러면 세상에서 필요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냐?바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늘?주사침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여자들이 바느질을 하지만 바늘은 좋아하지 않는다구요. 왜?바느질 하다가 '아이구' 손톱 밑을 찔러 먹는 것은 바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바느질하는 데 있어서는 바늘이 필요하지만, 여자는 자신도 바늘과 더불어 살지만 바늘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