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를 중심삼고 움직이고 있는 자연세계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141권 PDF전문보기

정서를 중심삼고 움직이고 있는 자연세계

우리 어머님이 일을 많이 했습니다. 자식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자식들을 시집, 장가 보내기 위해서는 무명―무명 알아요?―을 짜야 된다구요. 무명을 짜기 위해서는 목화를 따 가지고 거기에서 털을 빼 가지고 물레에 넣어 실을 뽑아야 됩니다. 그것을 평안도 말로는 토깽이라고 그래요, 토깽이. 이런 것을 열 새 무명사, 열 한 새 무명사 열두 새 무명사…. 여기 부인들도 그걸 모를 거라, 한 새가 몇 가닥인지. 스무 올을 한 새로 잡는 거예요. 열두 새라고 하면 한 새가 스무 올이니까 2백 4십 올이지요? 그게 참 광목같이 이쁜 거예요.

혼례, 결혼을 하게 될 때, 그 집안을 평가하는 데는…. 여기서는 모르지만 평안도에서는 예단이라고 그래요. 그 혼수를 보낼 때 여러 가지 뭐, 옷도 보내고 뭐 전부 보냅니다. 옛날 평안도에서는 무명, 최고의 고급 무명을 누가 몇 필이나 가져가느냐, 그걸 자랑합니다. 거기에 따라 그 집 가문이 어느만큼 자립 자족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먹고 사는 데는 입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러니 층층시하 사대부집 같은 데 가려면…. 그때에 무슨 나일론 옷이 있었어요? 옷이라는 것은 전부 다 아낙네들이 목화를 따다가 실을 만들어 가지고 베틀로 짜야 된다구요.

그런 것에 우리 어머니가 챔피언이예요. 어머니가 힘이 세다구요. 내가 어머니를 닮았다구요. 그러니 이렇게 힘이 세요. 하루에 열 새 같으면 이틀이면 스무 장을 짜 버리는 거예요. 보통 여자가 세 장, 네 장 짜는데 스무 장을 짜는 것입니다. 우리 누나가 시집갈 때, 정 바쁠 때에는 하루에 한 필을 끊었어요. 바쁘니까 언제 기다릴 새 있어요? 후닥닥 해 버리는 거예요. 내가 그런 성격을 타고나서 후닥딱 잘합니다. (웃음) 그렇게 무명을 토깽이 한 것을 모아 몇 필씩 준비해 가지고…. 이 일이 참 신기한 거예요.

우리 집에 가게 되면 큰 밤나무가 있어요. 한 2백 년 된 밤나무인데 그렇게 아름다운 나무예요. 내가 원숭이 띠라서 나무에 잘 올라다녔어요, 가지마다. 밤송이 있는 데마다 그저…. (웃음) 이렇게 뚱뚱한 사람이, 그때도 뚱뚱했다구요, 나뭇가지가 휘어 떨어지게 되면 저 아래 가지에 가서 닿을 것을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떨어질 때는 다른 나뭇가지에 걸치고 떨어지지요. 일부러 끄트머리에 가서 나뭇가지가 닿는 곳까지 가는 시험까지 한다구요.

그렇게 다니면서 조그만 나무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가지고 그걸로 톡톡 밤송이를 따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밤알이 짝 벌리고 있거든요. 이걸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따는 거예요. 톡톡톡톡…. 잘못하면 떨어진다구요. 그 밤알을 떨어뜨리지 않고 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거 아주 생생하다구요. 이것은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라. '저, 저 말도 잘하는구만, 다 지어 가지고' 뭐 그렇게 알아도 괜찮아요. (웃음) 거 십여 길, 십여 길이 아니지 수십 길이지. 그 밤나무 굉장히 크다구요.

그리고 큰 아카시아 나무가 있어 가지고 거기에는 까치 둥지가 몇 개가 있었는데 사철 언제나 까치가 지저귑니다. 큰 나무에는 틀림없이 까치 둥지가 몇 개 있어요. 까치는 길조라고 그러지요? 까치가 깍깍깍 하면 무슨 소식이 온다고 그러지요? 우리 집의 문에 들어서면 매일, 아침에도 깍깍 밤에도 깍깍 하는 것입니다.

그런 까치 둥지가 있는 나무에 순식간에 올라가는 거예요. 이렇게 자꾸 올라다니니까 나중에는 후닥딱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 이 까치의 생리라는 것은 보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얘기 하다가 시간이 많이 가겠구만. 이런 과거의 얘기를 듣는 것도 좋지요. 그렇잖아요? 「예」 곰탕국을 먹을 때 뚝배기에다 먹어야 그 맛이 제맛이라구요.

그럼 이야기를 하자구요. 까치의 둥지를 보면 벌써 아, 금년에는 바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불겠구나 하는 것을 알아요. 동풍이 불겠다 하면 방향을 딱 달리해 가지고 들락날락 거리면서 구멍을 딱 내놓고 나뭇가지를 끌어다가 둥지를 치는 걸 보면, 참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걸작품을 만들어 놓는다구요, 이게. 이것은 나뭇가지로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도 새고 그럴 게 아니예요? 그러니 나중에는 뭘하느냐 하면 진흙을 갖다가 아래에다 전부 바르는 거예요. 바람이 안 들어오게 이렇게 해 놓고는, 참 신기할 정도로, 비가 오면 한 곳으로 흐르라고 전부 한 곳으로 끄트머리를 대 가지고 비가 집으로 떨어지지 않게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끄트머리를 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모아 놨더라고요. 비가 내리면 이 빗물이 흘러 가지고 그쪽으로 떨어지게 하는 거예요. 이걸 누가가르쳐 주었는지 참 대단한 솜씨지요. (웃음) 우리 인간들도 그런 집을 지으려면 아마 몇 년은 배워야 될 거예요. 그런데 나뭇가지를 입으로 물어다가 쑥쑥쑥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벌써 보면 알아요. 며칠이 지나 둥지를 다 틀고 얼마가 되면 알을 까게 되는지 압니다. 그 알을 보게 되면, 그 까치의 알을 보면 파르스름한 줄이 엉켜 있어요. 알랑알랑한 줄이 있다는 거예요. 아주 예쁘다구요. 이 알의 크기는 계란의 한 4분의 1이 됩니다.

그 알을 낳기 전에는 아무리 올라가도 그렇게 짖지를 않아요. 울지를 않아요. 그러나 알을 낳고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그때 우리 같은 나이의 사람은 짓궂은 사람이지, 짓궂은 녀석이었지 그때는. 알을 낳을 때 올라가면 이 까치가 동네 방네 야단을 칩니다. 그러면 동네의 주변에 있던 까치 떼가 와 가지고 그걸 시기하는 거예요. 그것이 재미가 있어요. 그런 취미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새들이 생활하는 그 생태에 대해서 훤하지요. (웃음)

그렇게 한번 올라가면 한 알 낳고, 그다음에 올라가면 두 알 낳고, 세 알 낳고, 이것이 많이 날 때는 열두 알까지, 열세 알까지 낳는다구요. 그런데 아무리 왔다 가도 피해를 안 주거든요. 이렇게 익숙해지니까 쓱 오게 되면 '아! 또 오는구나' 하고 인사를 해요. 꽥 꽥, 인사를 하는 거예요. 올라가도 어떻게 하지를 않거든요. 올라가서 보고 그냥 내려오지요.

어떤 때는, 비가 오든지 하면 안 올라가거든요. 그러면 내가 어디에 쓱 나가게 되면 어디에 있다가 그러는지 깍깍깍깍깍 신호하는 거예요. 왜 안 오나 하고 말이예요.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더라 그거예요. 거 거짓말이 아니예요. 여러분이 그런 취미를 몰랐지요. 이제는 다 늙었으니 그런 취미를 갖지도 못하지요. (웃음)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구요. 또, 그놈이 새끼를 까면 어떻게 하느냐 하면, 그 나무 더미가 있거든요, 거기에 둥지를 만들어 가두어 놓고는 먹이를 물어다가 먹이는 것입니다.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걸 보게 되면, 새가 자기의 새끼를 사랑하는 걸 보면 우리 인간이 자식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많은 배울 점이 있다는 거예요.

이 새끼가 날아다닐 수 있게끔 되었는데도, 어느만큼 컸으면 내버려두지 않고 그냥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거예요. 이걸 내가 한 마리 한 마리 놔 주는 거예요. 오늘은 내가 너에게 제일 좋은 일을 한다고 해 가지고는 다리에다 고무줄을 길게 매 가지고 날리는 것입니다. 짓궂지요. (웃음) 그래 놓으면 이 까치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이 새가 화르르륵 날면 어느새 어미 새가 와 가지고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 이 새가 날아가다 고무줄을 매 놨으니 별수 있어요? (웃음) 이런 놀음을 몇 번 하다가 불쌍해서 그냥 날려 보내 주면 새끼를 어미가 다 데리고 안내해서 보이지 않는 숲속의 큰 노간주나무에 옮겨 놓는다구요. 여러분은 노간주나무라고 하면 아는지 모르겠구만. 큰나무라구요. 그런 저런 세계를 보게 되면 다 사랑의 정서를 중심삼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입니다.

어미 하면 암놈, 아비 하면 숫놈인데 그 새가 새끼를 잃어버리면 그 새의 심정은 인간세계에서 부모의 심정과 마찬가지예요. 도리어 요즈음 세상의 인간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