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이 높고 입체적이고, 예술적 감정이 농후한 참아버님
이제부터는 자유해방인데 어저께 내가 그래서 같이 바다에 가려고 했더니 바다에 바람이 불어서…. 내가 그걸 고맙게 생각했어요. 이랬는데 윤태근이라는 사람이 말이에요, 바다에 가게 되면 두 패로 나눠서 나가는 일정이 돼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바다에 못 가니까 제주도로 모이라고 해 가지고 ‘두 시까지 모여라. 모이면 내가 점심 사 준다.’ 했는데, 오늘 내일 두 패로 갈라 가지고 절반밖에 안 데려왔더라구요.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요. 그래서 내가 ‘아이구, 저 녀석 상대이상이 안 됐기 때문에 큰 뜻은 못 품겠구만.’ 생각했어요. 안 그래요?
바다에 못 가게 되면 그 나머지 사람은 어떻게 할 거야? 이틀이나 선생님이 나와서 점심 사줘야 되겠어? 하루도 아까운데. 절반 놔두면 어떻게 되나? 어저께 점심 사주면 나머지 사람은 ‘오늘은 점심 안 사주나?’ 그럴 거 아니에요? 그러니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선생님 점심 사주게.’ 그럴 거라구요. (웃음)
아무리 못났고 아무리 모르더라도 선생님이 오라면 그저 죽을 기를 쓰고 따라가려고 하는 패들 아니에요? 그래요, 안 그래요?「그렇습니다!」죽더라도 따라가야 할 패들이에요. 그걸 내가 알아요. 어저께 그래서 제주도에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내가 옷들 사 입으라고 어머니가 몰래 감춰둔 비밀 지갑을…. 언제든지 이 지갑은 말이지요, 돈이 없어져요. 오늘도 없어졌는데 이게 많이 들어와 있어요. 체크하게 돼 있어요. 어머니가, 해와국가가 신랑 된 주님이 오게 될 때는 천하의 모든 아들딸을 거느려 가지고 부모님이 쓸 돈은 자기들이 금식을 해서라도 푼돈을 대 줘야 될 것 아니에요? 안 그래요?
어제도 이거 세 번 갈아넣었어요.「세 번 갈아넣어서 뭐 했는데요? (어머님)」이렇게 주었다가 돈 되겠다 하면 말이에요…. 어디 갔어? 금 나와라 하면 금 나오고, 은 나와라 하면 은 나온다구요. 그래서 어저께 여기 있는 사람들, 배 운전하는 누구인가? 최 서방!「예. 최 차장입니다.」최 차장 나오라구. 어디 있어?「지금 아버님, 나갈 것 준비하고 있습니다.」그래? 대신 오라구.
이번에 내가 몰(mall; 쇼핑센터)에 가 보니까 말이에요…. 내가 안 가려고 했던 거예요. 어머니가 가면 내 지갑에 있던 것을 팔아먹으려고 그래요. 주었다가는 빼앗아 가는 게 진짜 해와다 이거예요. 주었던 것을 둬두었으면 ‘아이구, 어디 들러갑시다. 들러갑시다.’ ‘왜 그러냐?’ ‘내 취미는 아버지 지갑에 있는 돈을 빨아 없애는 것이오.’ (웃음) 그래요. 내가 한 7년 전부터 그렇게 해도 좋다고 했더니 틀림없어요. 지갑에 돈만 있으면 가자고 그래요. 왜 가자고….「지금 나온 사람 줘요. (어머님)」(웃음) 한참 말하다 중간에…. 말을 끝내고 줘야지.
보라구요. 어디 가든 여자들 눈보다 남자들 눈이 높고 입체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데려가더라도 어머니가 세 시간 걸리면 나는 한 시간도 안 걸려요. 착착착착착, 딱딱딱딱 하고 다 끝나는 거예요. 선생님이 그렇게 예술적 감정이 농후해요. 농후가 나쁜 거예요, 좋은 거예요?「좋은 겁니다.」센스가 빠르다구요. 척 보면 벌써 냄새도 맡고 그래요. 선한 사람이 만들었는지 어떤지 알아요. 벌써 마음이 가요. 그거 보게 되면 틀림없이 그 상점은 부자가 된다고 본다구요. 그러니까 선생님에게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는 거예요.
내가 뭐인가? 서울에서 데려온 남자가 이름이 뭐던가? 물어 보잖아?「김부태요.」부태도 체격이 좋은데 말이에요, 뭐냐 하면 아래만 커 보이고 여기 위는 머리가 작아 보여요. ‘야야, 안 되겠다.’ 그래서 가죽옷들이 싸지 않더라구요. 싸지 않지만 가죽 옷 계절이 됐으니까 맞게 되면 입으라고 하나씩 다 사줬어요.「왔네. (어머님)」어머니는 둘 사고, 그 다음에 부태는 하나 사주고, 저 여자 이름이 뭐던가?「강원도. (어머님).」강원도 원주, 그 다음에는 또 누구?「연실이.」연실이.
저 여자는 허리가 가늘기 때문에 무슨 옷을 입어도 서양 옷은 딱딱 맞지만, 연실인지 허리가 굵어 가지고 궁둥이가 크니까 안 됐더라구. 길게 입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면 제일 곤란한 거예요. 우리 어머니는 말이에요, 모델형이에요. 서양 옷도 착착 갖다가 입히면 어떻게 잘 맞는지 몸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 같아. (웃음)
그래서 한 벌씩 다 샀는데, 여기 여편네들이 왔더라구.「나왔어요.(어머니)」자, 최 뭐라구?「최진호입니다.」임자도 제주도에 몰 새로 만든 집 있잖아? 거기서 가죽 윗옷….「가죽 재킷을 사래. (어머님)」그거 39만 원이야. 39만 원이니까, 40만 원 주게 되면 만 원 남으니까 그건 점심 사먹겠으면 사 먹으라구. (웃음.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