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일족을 버리고 나선 무서운 참아버지
선생님이 생긴 것을 보라구요. 얼굴을 보게 되면 괜찮지만 옆으로 보면 무사예요. 무인이에요. 내가 확실히 얘기한다구요. 성격이 그래요. 내가 알아요.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구요.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니가 한 달 만에 면회 와서 정성들여 만들어 온 미숫가루를 차입한 거예요. 당시 이북에 쌀이 있어요? 동네방네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다니면서 나 아는 사람한테 쌀 한 숟가락씩 보태게 해서 미숫가루를 해온 거예요. 그 길이 천리길이에요. 천리가 넘지요, 서울을 통해서 흥남을 가니까.
한 달에 한 번씩 오니 쉴 새가 어디 있어요? 밤에는 울면서 지내다가…. 그렇게 천대받은 거예요. 아들을 잘못 두었다고, 어미가 책임 못 했다고 별의별 조소를 다 들은 거예요. 그래도 우리 어머니가 훌륭한 데가 있어요. 자기가 약속했으면 약속한 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어머니로서 책임지고 그렇게 하는 거예요. 거기에 동반자가 된 것이 옥세현 할머니예요.
그래서 가져온 모든 차입품을, 명주 바지 저고리를 가져오면 전부 다 죄수들한테 나눠 줬어요. 10년 세월이 됐는데 5년 이상이 됐는데도 한 번도 면회 온 적이 없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차입품을 가지고 들어오거나 면회 온 사람 명단을 부르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을 옆에서 보지 못해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따뜻하게 입을 수 있고 사식을 먹을 수 있어요? 다 주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면회 왔어도 나는 그것을 다 나눠 주는 거예요.
그러니 어머니가 얼마나 기가 막히겠어요? 한 번 와서 그런 줄 알았다가 매번 그러니까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지금도 그것이 눈앞에 훤해요. 닭의 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맞아요. 늴리리 동동 눈물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기가 막히겠어요? 분하고 원통해 가지고 울면서 갈던 잇소리를 내가 지금도 잊지를 않아요.
어머니가 엉엉 우는데 내가 기합을 준 거예요. ‘나 아무개의 아들이 아니오. 그런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면 여기 오지 마시오!’ 한 거예요. 얼마나 기가 차겠어요? 내가 원리를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알 게 뭐야? 아무것도 모르지.
자기 어미 아비를 사랑하는 아들이 안 되었어요. 어머니를 전도해서 될 것 같으면 무슨 짓이든 다 했지요. 형님이 어렸을 때부터 통하는 사람이라구요. 여러분을 사랑한 다음에 여러분이 복귀해야 돼요. 일족이 문제가 아니에요. 마을을 전부 다 하는 거예요. 반대의 길을 수습하지 않으면 갈 길이 막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한의 길인 것을 누가 알았어요? 어머니도 모르고 다 몰랐어요. 어머니도 한을 가지고 그놈의 자식이 남한에 가서 부모한테 불효하고 배반해서 죽었다고 생각한 거예요. 형님도 그랬어요.
고향을 떠날 때 어머니 아버지, 동네 사람들이 다리를 붙들고 목을 놓고 통곡하는 것을 눈감고 뒷발로 차 버리고 나왔어요. 그것이 잊혀지지를 않아요. 성진이 어머니가 6년 동안 홀로 산 거예요. 성진이가 불쌍한 사람이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노릇 못 했다고 하는 거예요. (녹음상태 불량으로 일부 수록하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