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시절에 아버님과 함께 했던 경험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359권 PDF전문보기

초창기 시절에 아버님과 함께 했던 경험

얼굴을 보니 옛날에는 다 젊더니 이제는 다….「예, 아버님. 제가 그때는 20대였습니다. 20대 한창 꽃다운 나이였는데….」관심을 가지라고 해도 누구나 다 도망갈 수 있는 사람이 됐구만. (웃음)「아직도 관심 많이 갖습니다.」그때가, 철없이 그럴 때가 좋았지. 오지 말라고 해도 또 오고, 늘 빨리 가 가지고 앞장서고, 숨었다가 뛰쳐나가고 말이야. 별의별 일들이 참 많았다구.

「하여튼 서울 시내에 있는 산이라는 산은 아버님 안 가시는 데가 없었거든요.」뭐 매주지, 매주.「학교 다 치우고, 매일 아버님 가셨다하면 쫓아 나서고, 얼마나…. 그때 도봉산에 오고 처음입니다, 아버님.」그래, 관악산도 많이 가고.

「그때 아버님, 대학 등록금이 8천8백 원 할 때거든요. 그런데 그때 청년회에서 기금을 모은다고 비누도 팔고 치약도 팔고 그럴 때인데요, 제가 한 보따리 들고 팔러 나가는데 아버님을 딱 만났어요. 청파동 제일 밑에서요. ‘그것이 뭐냐?’ 그래서 이것 팔러 나간다고 그랬더니 ‘그거 다 얼마냐?’ 그러세요. 그때 그것이 아마 1천2백 원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사주마.’ 그러셔서 아버님이 지갑을 딱 꺼내셔서 돈을 주려고 하시는데 5백 원밖에 없었어요. (문난영 회장)」(웃음)「7백 원은 나중에 받으러 오라고, 그것 갖다 놓으라고 해서 갖다 놓고, 아버님은 5백 원 주시고, 7백 원을 받으러 가기는 받으러 가야 되는데….」(웃음)

「그 후에 문 앞에서 서 있는데 아버님이 휙 지나가시면서 ‘어, 그것 받으러 왔나?’ 그러셔서 올라갔더니 아버님이 천 원을 주시면서 ‘이것 이자다!’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청년회에서 1등을 했습니다, 아버님이 사주셔서. 요즘에 아버님께서 지갑을 꺼내서 돈 주실 때마다 그때 생각이 늘 나고요. 제가 그 얘기를 간증할 때 서양 식구들에게 해줍니다. 필리핀 식구들, 한국에 와서 어떻게 생활하나, 초창기의 간증을 듣고 싶어할 때 그 얘기를 해주면 그렇게 재미있어해요.」그래, 내가 돈이 많으면 많이 줄 터인데, 내가 돈이 없는 사람이라구.

「그때 5백 원밖에 없으셨는데, 요즘도 보면 아버님 그러세요.」「아버님도 외상으로 사셨네.」(웃음)「청파동에 있는 그 학사에서는 아버님이 오시면 그 날은 잔칫날이고, 그 다음날부터 굶는 날입니다. 돈을 다 그 날 해 가지고 뭐 반찬이고 뭐고 잔뜩 사고 그 다음부터는 맨날 맨밥으로 먹고요. 새벽에도 오시고, 어디 가신다고 하면 학사가 소식이 빠르기 때문에 따라 나서고 그러던 생각이 납니다.」

이제는 다 할머니들이 됐어.「예.」「아버님도 그러시겠지만 저희들도 그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요. 오래 전 같지 않습니다.」「그때 아버님과의 경험들, 그것을 다 기록으로 남겨야 되는데요.」

그러던 문난영이가 이제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이 됐어. 어머니가 쫓겨나 가지고 혼자 기가 막혀서 울고 산 그걸 잊을 수 없어.

「한번은 아버님께서 삼각산에 올라가셔 가지고 산 능선으로만 해서 죽 걸어서 백운대까지 가셨었어요.」음, 그래.「그런데 얼마나 경치가 좋은지요, 그때. 그때도 가을이었어요. 산 능선 꼭대기를 타고 백운대까지 가는 그게 한 십 리가 넘을 거예요. 한 시오리나 될까? 이십 리 될까 그러는데 걸어서 가셨었어요.」「어느 날은 아주 추운 날 가셨는데, 박보희 총재가 군에 있을 때예요. 뜨거운 커피를 전부 뒤에다 갖다 놓고 얼마나 맛있게 마셨는지 그런 기억이 나네요. 한참 군 장교로 있을 때요.」

「1956년대 그때는 아버님 부활절을 4월 17일 꼭 지키셨지요. 그런데 한 번은요 4월 17일 야외예배를 아버님이 아마 관악산 쪽 어디로 가셨어요. 그랬는데 거기에 평평한 데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야외예배를 보고 점심을 먹고 나서 이렇게 있는데, 그때 송도욱 장로님,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송 장로님이 그때는 간증을 많이 하셨어요. 그분이 점심을 먹고 났는데 막 혼자 춤을 추고 다녀요, 식구들 앞에서. 그러니까 한참 아버님이 그것을 보시더라구요, 그 춤추는 것을. 송 장로님은 뭔지 모르고 기뻐서 한참 춤을 추고 나서 아버님이 ‘영감, 이제 그만하고. 뭘 보여 주셨어?’ 그러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러니까 그 송 장로님이 하는 말이, 우리 식구들이 모여서 춤을 추는데 춤을 이렇게 네 사람씩 손을 잡고 춤추다가 싹 돌아서서 요쪽으로 손을 잡으면 딱 네 사람이 손이 잡히고, 또 한참 춤을 추다가 이쪽으로 손을 잡으면 네 사람씩 짝꿍이 그렇게 짜져서 손이 잡혀지더래요.

그래서 그렇게 춤을 추고 있는데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 아버님께 여쭈어 보는 거예요. 우리 식구들이 다 똑같은, 얼굴은 다 그 얼굴인데 노인도 전부 스물 몇 살, 하여튼 전부 젊은 사람으로 보이더라는 거예요. 이렇게 아무리 중년이 됐어도 다 청년 같은, 이십 오륙 세 같은 얼굴이라는 거예요. ‘그 얼굴은 그 얼굴인데 다 젊은 얼굴로 보이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하고 아버님께 여쭈니까 아버님께서 ‘영계가 다 마음이 가는 것 아니야? 그러니까 마음의 세계니까 그렇게 젊지.’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 죽는 것을 슬퍼할 필요 없어. 이제 다 늙어 가지고….「죄송합니다, 아버님. 아버님 심정 속에는 항상 우리가 틴 에이저로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늙어 버려 가지고.」선생님도 늙었는데 뭘?「그런데 아버님만 연세 드시고 저희만 너무 젊으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잖아요?」다 같이 젊으면 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