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집 조끔눈이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369권 PDF전문보기

오산집 조끔눈이

그래서 어디 가든지 친구를 만드는 거예요. 그 집의 할아버지가 고약하다면 틀림없이 손자를 만나 가지고 할아버지를 소개해 달라고 해요. ‘내가 문촌 마을의 아무 데 사는 사람인데 이 동네에는 고약한 할아버지가 있다는데,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데, 어떤 냄새인가 냄새 한 번 피워 보시오.’ 하는 거예요. ‘세상에, 젊은, 조그만 녀석이 와서 그래?’ 하면서 ‘냄새는 무슨 냄새?’ ‘할아버지 냄새가 나지 않느냐?’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냄새가 난다구요. 담배를 피우면 담배 냄새가 나니 ‘아이구, 고약해! 할아버지 성격이 이런 모양이구만.’ 그런 거예요.

옛날에는 담뱃재 터는 것을, 재떨이를 놋으로 만들어서 가운데가 불룩해서 탕탕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치게 되면 손자를 부르는 거예요. 탕탕 하면 맏손자, 세 번은 몇 번째 손자, 딱 이래 가지고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웃음) 멀리 들린다구요.

‘나는 당신의 몇째 손자의 친구인데 나를 부를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보고 웃고 나가면 탕탕 하다가 담뱃대를 부러뜨려 버려요. (웃음) ‘할아버지한테 내가 배운다고 하다가 잘못해서 부러졌으면 그 담뱃대가 나빴지, 내가 나쁠 게 뭐냐? 할아버지의 담뱃대는 든든하게 만들어야 안 부러질 텐데, 우리 같은 사람이 올 줄 몰랐으면 오늘 교육해서 든든하게 만들어라.’ 하면 담뱃대를 부러뜨리고도 욕 안 먹어요. 욕을 먹었다가는 같이 욕을 해 버려요. 그것을 집어던지는 거지요. ‘이게 다 뭐냐? 이래 가지고 큰소리했다고 할아버지의 권위가 서느냐?’하고 말이에요.

그렇게 살던 문 총재라구요. 다 연구하는 거예요. 동네에 나쁜 사람 어떤 사람, 동네에 또 소문이 나쁘게 난 바람잡이 여자가 있는 거예요. 내가 새벽에 가서 남자 어른처럼 ‘여보, 아주머니 있습니까? 지나가던 손님이 왔습니다. 닭이 있으면 닭 잡소. 그 비용을 가지고 왔으니 준비하십시오.’ 그래서 닭 잡아 주면 닭 얻어먹고 나오는 거예요. 가장을 하고 다녔어요. 그런 놀음을 하려면 피해 가고 도망 다닐 것도 다 생각해야 될 거 아니에요?

내가 미국 사회에 가서도 훤하지요. 내 활동무대는 다 있지만 제일 졸때기로 살지요. 소문나면 한국이 소문나지 문 총재에게 나쁜 소문이 날 수 있어요? 그러면 안 되겠기 때문에 점잖게 살았지요.

우리 동네에서는 내가 제일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활달해 가지고 문 아무개는…. 우리 집이 오산집이에요. 우리 종조부가 오산학교의 이승훈하고 친구로 학교를 세우는 데 중진이었거든. 영어도 잘 하고 서양 선교사들 외교도 하고 다 이러니만큼 말이에요. 이승훈은 소학교밖에 나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오산집이라고 소문났다구요. 아버지도 그렇고 종조부도 사람이 좋으니까 손님 치다꺼리를 한 거예요. 그래서 오산집이라고 소문났어요. 오산집 작은애, 오산집 조끔눈이, 눈이 작기 때문에 조끔눈이였어요. 조그만 눈이에요. 동네가 무서워했어요. 내가 불을 놓는다면 불을 놓고, 개를 죽인다면 개를 죽이고, 소 대가리를 깐다면 까고! 그러니 저 사람은 말하면 말한 대로 한다 이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