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버님의 누님들과 부친, 충모님에 대한 회고 - [8대교재교본] 말씀선집349권 PDF전문보기

참아버님의 누님들과 부친, 충모님에 대한 회고

여자들은 형제가 셋이 되면 보따리가 셋이더라구요. 남자들은 다섯 여섯이라도 보따리가 하나도 없어요. 그래요, 안 그래요? 우리 누나들이 여섯인데 말이에요, 여섯 보따리가 있어요, 크고 작은 것이. 열어 보면 가지각색 없는 것이 없어요. 시집가게 되면 남편이 이런 것을 해 달라고 하는지, 뭐 조그마한 것이라도 알록달록한 것, 오만 가지가 다 있어요. 거기에 돈도 있고 말이에요. 구리돈도 있고 종이돈도 있고 그래요.

알아보면 그게 자기가 이 다음에 시집갈 준비예요. 집에서 떠나기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에게 좋은 것이 있으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위로 잘라서라도 보따리에 싸 놓더라구요. 내가 누나들 보따리를 열어 보면 말이에요, 돈도 있고 별의별 것이 다 있더라구요. 먹을 것도 있고 그래요.

누나 보따리를 내가 다 뒤져 가지고…. 일년에 세 번 네 번, 춘하추동 달라지기 때문에 ‘보따리에 뭐가 없어졌으면 내가 가져간 줄 알아. 이 다음에 천 배 만 배로 갚아줄게. 내가 저금통장보다 낫고 은행보다 낫다.’ 이렇게 선언하고 뒤지는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 앞에도 선언하는 거예요. ‘소 판 돈이 없어지면 내가 가져간 줄 아소.’ 하고. 제일 큰 것이에요. 조그마한 것은 아이들이나 해야지요.

종조부가 오산학교 선생을 하고 이랬기 때문에 거기에 살다가 고향에 온 거예요. 그래서 오산 집이라고 소문났지만 말이에요. 목사니까 신학을 하고 이러니까 선교사들과 친하고 영어도 잘 해요. 우리 아버지가 장손이거든. 형님의 아들이니까, 장손을 다 존중시하니까 미국으로 보내 공부시키려고 했어요. 공부는 서당에 가서 글공부를 했는데, 어디 미국에 갈 수 있어요? 그러니 미국 가라고 해 가지고 오산고보가 있는데 그 책을 갖다 주면서 ‘야, 너 머리 좋으니까 이거 따루면 틀림없이 학교 안 가더라도 미국 가서 시험만 치면 어디든지 들어갈 테니까 공부해라.’ 그래서 다 따루었어요. 책이 이렇게 장롱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다 따루었다구요.

그거 보면 우리 아버지 머리가 참 좋아요. 기억력이 참 좋아요. 교회에 찬송가도 안 가지고 다녀요. 몇 장이면 무엇 무엇이라는 걸 알아요. 머리가 참 좋다구요. 대학자가 될 수 있는 집안이에요.

할아버지 같은 양반은 삼국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글도 몰라요. 한 번 듣고 앉아 가지고 삼국지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너 나만큼 모르지?’ 물어 보면 다 못 하니까 ‘야, 내가 중심이 되어서 삼국지 얘기하겠다.’ 하는 거예요. 예술적 소질도 있고 말이에요, 언변도 있으니까 얘기하면 재미있거든요. 그러니 동네방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와 가지고 들어요. 그렇게 머리가 좋아요. 대학자도 될 수 있었을 거예요. 아버지도 그래요.

그래, 전부 따루었어요. 그 책을 처음 보니, 글방을 다녔는데 책을 보니 얼마나 재미있어요? 동물이니 식물이니 다 있거든. 그것 물어 보면 훤히 다 따루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록할 수 있는 책이 필요 없어요. 컴퓨터같이 머리에 집어넣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선생님은 그런 아버지 머리만큼 좋지 못해요.

그런데 창작적인 면은 좋지요. 어머니는 창작적이에요. 자기 아는 것만 써먹으려고 그러지 그 이상은 못 하거든. 어머니는 그렇지 않아요.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 모든 사람들도 어머니를 자기 동네의 여왕같이 생각했어요.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물어 보고 다 그랬어요. 척척척 하거든요. 창작적인 두뇌를 가졌어요. 그런 면에서 선생님이 어머니를 많이 닮았지요. 체격도 좋아요. 어머니는 장사라구요. 가슴이 이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사진을 보게 된다면 북한에서 못 먹고 이랬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 어머니가 미인이었어요.